[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전문가들은 확정일자가 없이 소득공제를 가능케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집주인들의 세금탈루를 막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3일 발표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월세 소득공제의 요건 중 ‘보증금을 낸 경우 확정일자를 받을 것’이라는 항목이 삭제됨에 따라 월세 세입자는 계약서와 주민등록상 주소만 일치하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확정일자 기입을 꺼리는 국내 부동산 거래의 관행 때문에 소득 공제 요건이 완화된 것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오히려 이번 개정안은 집주인의 세금 탈루를 포착하는 데 더의미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확정일자 없이 공제를 신청하면 집주인들의 임대소득이 자동으로 노출된다는 것이다.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의 김근호 세무사는 “반(半) 탈세 제보의 성격이 있다”며“확정일자가 없으면 임대차계약서를 꾸미면서 임차인이 소득공제를 받겠다고 자료를 내 집주인의 임대소득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원종훈 세무사 역시 “오피스텔은 집주인 요구에 따라 주민등록을 이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월세 소득공제 개정은 오피스텔 임대업자에 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2년분 연말정산에서 월세에 대해 소득공제를 받은 세입자는 9만3470명으로 2011년(1만4810명)보다 6.3배로 늘어난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감정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월세시장 분석과 정책방향‘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월세가구(2010년 인구주택 총 조사)는 315만 가구다.
월세가구의 2.8% 정도만 월세소득공제를 받는 셈이다.
장성수 주거복지연대 연구위원은 “월세 소득공제는 정부의 ‘립서비스’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월세 생활자들이 늘어난 만큼 좀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 팀장은 “월세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월세소득공제 등으로 세입자들이 혜택을 보기 위해 당분간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집주인들을 법 테두리 안으로 끌어드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월세 수요자 중심의 정책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장기적으로 가야 된다는 지적도 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월세 가구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공급시장 측면으로 접근하는 안정적인 형태로 가야 한다“면서, “(임대료가 싼) 공공임대 주택을 지금보다 늘려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