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음란하고 폭력적이다."
미국 유타주 내 한 교육구가 초중등학교 서가에서 성경을 제외했다. 교실에서 성과 폭력이 언급되는 것을 반대하는 보수 성향 학부모단체가 학교 이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반발하기 위한 민원이 덜컥 수용된 것이다.
2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북쪽에 있는 데이비스 교육구는 최근 초등학교와 중학교 도서관의 도서 목록에서 성경을 제외했다. 성경의 일부 구절에 음란하고 폭력적인 내용이 들어있다는 민원을 받고 이런 결정을 내렸다. 교사와 학부모, 행정공무원으로 구성된 교육구 위원회의 결정이다. 다만, 고등학교 서가에선 성경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지역 매체 솔트레이크 트리뷴이 정보공개 청구로 확보한 내용에 따르면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는 성경이 근친상간과 매춘, 성폭행을 담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학부모는 보수 성향 학부모단체인 학부모연합의 움직임에 반발, '가장 보수적인 성경'에도 현대인의 관점에서 봤을 때 폭력적인 내용이 많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풍자적인 의도로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 학부모는 교육구가 학생들의 교육권과 도서관 접근권을 학부모연합에 양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교육구가 이 학부모의 민원을 덜컥 받아들여 성경 퇴출 결정을 내려버렸다.
미국 중서부에 있는 유타주는 미국 내에서도 보수 성향이 매우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종교 역시 보수 성향이 강한 모르몬교 신자가 많다. 이 지역의 대표 종교인 모르몬교(예수 그리스도 후기성도 교회) 성서도 아슬아슬하다. 이날 모르몬교 성서도 학교 서가 목록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민원이 이 교육구에 추가로 제기됐다.
미국 내 학교들이 성경을 서가 목록에서 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텍사스와 미주리주 일부 교육구에서 성경을 서가 목록에서 임시로 제외하기도 했다. 성경은 미국도서관연합의 이의제기 도서 목록에 오랜 기간 올라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