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박영훈 기자] “한때는 넷플릭스만큼 유명했었는데”
넷플릭스발 토종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마니아층 사이에 인기를 끌었던 토종 OTT 왓챠가 파산 위기로까지 몰리고 있다.
왓챠는 한때 국내 OTT 시장의 선두주자였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왓챠의 지난해 영업손실 221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555억원의 손실을 냈었다. 매출은 438억원으로 전년(734억원)대비 반토막이 났다.
무엇보다 부채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 존속능력에 대해서도 경고등이 켜졌다. 왓챠의 지난해 연간 총부채는 943억원인 반면 총자산은 148억원에 불과하다.
왓챠 감사보고서에서 “이러한 상황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때 왓챠는 ‘마니아’들을 끌어 모으며 코어 구독자 확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넷플릭스 등 경쟁업체에게 밀려, 고사위기로까지 몰리고 있다.
이용자수도 크게 줄고 있다. 현재 월 이용자수 55만명 밖에 안된다. OTT 가운데 가장 낮다.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시청시간 점유율도 꼴찌다.
왓챠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돌파구 마련을 위해 차별화된 오리지널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였지만, 흥행에 실패하며 오히려 적자폭만 더 늘어났다.
왓챠는 올해 오리지널 '미나씨, 또 프사 바뀌었네요?'를 내놨다. 왓챠가 새 오리지널 시리즈를 선보인 건 2022년 12월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사막의 왕' 이후 약 1년 2개월여 만이다. 다른 OTT들이 매월 신작들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과 거리가 있다.
2011년 영화 추천 평가 서비스로 출발한 왓챠는 2015년 왓챠플레이를 선보이며 빠르게 국내 OTT 시장의 선두주자가 됐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등장과 토종 OTT 티빙, 웨이브, 쿠팡 플레이 등이 잇따라 나오면서 콘텐츠 전쟁에서 밀렸다.
OTT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으면서 외부 자금 수혈도 어렵게 됐다. 적자폭이 늘어나면서 LG유플러스와 매각을 위한 협상까지 불발됐다. 260명에 이르던 직원도 100여 명 수준으로 줄인 상태다.
왓챠는 투자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OTT 업계 관계자는 “티빙, 웨이브 등 토종 OTT업체들도 엄청난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매각외에는 답이 없다”며 “OTT 시장이 ‘쩐의 전쟁’이 되고 있어 매각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