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교수·연구진 140명 시국선언 발표
“우리는 격노한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학 교수들의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연구자들도 시국선언 행렬에 동참했다.
이화여대 교수·연구자 140명은 지난 21일 오후 “우리는 ‘격노’한다. 윤석열은 즉시 퇴진하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 2년 반 동안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끝을 알 수 없는 무능, 대통령과 그 가족을 둘러싼 잇따른 추문과 의혹으로 민주공화국의 근간이 흔들리고 민생이 파탄 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교와 안보, 국민의 안전과 건강, 노동과 복지, 교육과 연구 등 사회의 전 분야에 걸친 퇴행을 목도하며,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교수·연구자 일동은 윤 대통령의 ‘부자 감세’ 정책을 비판하며 “이미 한물간 신자유주의를 떠받들며 재벌과 초부자에게 법인세, 상속세, 종부세 등을 깎아주는 감세정책을 펴는 한편, 서민을 위한 복지 예산은 대폭 축소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로 물가 상승률은 크게 높아졌고 자영업자와 서민의 민생은 도탄에 빠졌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서는 “처참한 경제 현실은 대통령 윤석열의 왜곡된 역사관과 맞닿아 있다. 정당성도 실리도 없는 굴욕적인 대일 외교는 민족적 자긍심만 훼손한 것이 아니라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의 기반도 무너뜨렸다”며 “미국과 일본에 편향된 외교로 대중국 수출이 급감하면서 무역수지도 급속히 나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균형을 잃은 외교 정책으로 국가의 안보마저 위기에 처했다”며“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강대국 사이에서의 균형 외교와 남북의 평화를 도모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책무”라고 했다. 나아가 “윤석열 정권은 오히려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조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자극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공급하는 등의 행위로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화여대 교수·연구자 일동은 지난 7일 개최된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언급하면서 “한 나라의 국정 책임자로서 최소한의 자질과 능력도 없음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며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오직 자신과 그 주변의 이익을 위해 사유화한 이 정권이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된다”고 규탄했다.
또 “불의와 무지와 무책임으로 가득한 대통령에게 그 권한을 계속해서 행사하게 허락한다면, 대한민국의 통치제도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며 “선조들의 실수로 기나긴 시련을 겪어야 했던 20세기의 역사를 21세기에 다시 되풀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과 관련해 특검 수용을 촉구하기도 했다. 최근 불거진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 등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이외에도 만 5세 조기 초등입학 추진, 연구·개발 예산 삭감, 의대 정원 확대 추진으로 인한 의료 대란 촉발 등의 문제를 지탄하는 내용 등이 선언문에 포함됐다.
한편,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비판하는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전국적으로 확산 중이다. 지난달 28일 가천대를 시작으로, 한국외대·고려대·한양대·숙명여대·경희대·국민대·중앙대·전남대·충남대·안동대·경북대·연세대·동국대 등 60곳이 넘는 대학의 교수들이 시국선언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