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연구자 일동 525명, 시국선언 동참
“현 시국 엄중… 尹정부 조속한 퇴진 강력 촉구”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8일 윤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대학교의 교수 및 연구자들도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특검을 촉구하는 서울대학교 교수·연구자 일동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박물관 강당에서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대통령을 거부한다’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국민 대다수는 이미 심정적으로 윤 대통령을 해고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시국선언문에는 현재까지 총 525명의 교수·연구자가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이날 시국선언문에서 “국민과 역사에 대한 부끄러움, 사죄와 통탄의 심정으로 윤석열 정부의 퇴진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과 동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제자들의 대자보가 양심의 거울처럼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고 고백했다.
서울대 교수들은 “한국 사회 민주화를 이끌었던 지성의 전당, 그 명예로운 역사의 흔적을 윤 대통령과 그가 임명한 공직자들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서울대가 교육과 연구에서 제대로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르치지 못한 채 ‘영혼이 없는 기술지식인’을 양산해 온 것은 아닌지 참담하고 죄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또한 10·29 이태원 참사와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우리 사회의 보편적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진상 규명은 재발 방지를 위해 당연한 절차이자 과정이지만, 국민이 마주한 것은 책임 회피에 급급한 뻔뻔한 얼굴과 그들이 내뱉는 궤변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앞장서서 그들을 비호하고, 오히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쓴 무고한 사람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한다”고 개탄했다.
교수들은 의료대란과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어려운 민생 현황에 대해서도 윤 정부 실정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특히 의료 공백 장기화 상황에 대해 “총체적인 붕괴 위기에 놓였는데도 정부는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등한시한 채 공허한 ‘의료개혁’이라는 자기최면 구호만 반복한다”며 “졸속한 의대생 증원은 의료 대란과 함께 ‘의대교육 대란’을 몰고 올 것이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교수들은 실패한 대북정책, 굴욕적 외교에 대한 지적도 쏟아냈다. 이들은 “휴전선 인접 지역 주민들이 북한 확성기 소음으로 밤잠을 못 이루고 심지어 많은 분이 신경정신과를 찾는다”며 “국민 일상을 위협하는 대북정책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키려는 것이 국민의 안보인가, 정권의 안보인가”라고 반문했다.
교수들은 아울러 “한·일 정상외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의 원한이 서린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으로 돌아왔다”며 “국민 자존심에 먹칠하는 대일 굴욕외교”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 정치의 보수와 진보가 함께 이룩한 헌법적 합의와 독립투쟁의 역사가 무참히 훼손되는 참상을 목도하면서 일본의 밀정이 정부의 주요 공직을 장악했다는 개탄까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교수들과 연구자들은 ‘민주주의 시스템의 붕괴’에 대한 우려의 뜻도 표했다. 이들은 “정치를 정적과 비판 세력에 대한 수사와 기소로 대체한 검사 출신 대통령과, 권력 비호에 앞장서는 검찰로 국민은 더 이상 사정기관과 사법기관의 공정성과 정의를 믿을 수 없게 됐다”고 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인권과 언론 자유를 지켜야 할 감시 기구에 반인권적 행태와 언론 탄압을 자행해 온 인사를 임명하는 작태가 현실이 됐다. 권력에 대한 언론의 비판과 감시 기능이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장래를 위해 윤 대통령의 사퇴는 필연적이다. 이제 국민이 대통령을 거부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건희를 둘러싼 각종 의혹, 그것을 은폐하기 위한 권력의 자의적 남용, 최근 불거진 공천개입과 국정농단 의혹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특검은 무너지는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우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지난달 28일 가천대 교수노조를 시작으로 전국 각지 55개 대학에서 이어지고 있다. 한국외대와 한양대, 숙명여대, 경희대·경희사이버대, 고려대, 경북대, 전주대, 중앙대, 성공회대까지 약 3000여명이 넘는 교수 및 연구자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