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28일 임원인사…화학군, ‘역대급’ 물갈이
화학군 총괄대표에 이영준 사장…이훈기 사장은 용퇴
화학군 사장단, 13명 중 10명 교체…위기대응 ‘초점’
임원 30% 퇴임·60대 이상은 80%…대대적 세대교체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롯데그룹 화학군이 대대적인 인적쇄신에 나섰다. 화학군을 이끄는 총괄 대표를 1년 만에 교체하고 사장단 13명 중 10명을 바꾸는 등 ‘역대급’ 물갈이를 단행했다. 중국발(發) 공급과잉에 따른 석유화학 업계의 불황이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이번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그룹은 28일 인사를 통해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이사 이영준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롯데 화학군 총괄 대표 자리에 앉혔다. 화학군 총괄 대표 변경은 불과 1년 만이다.
롯데가 화학군 수장을 바꾼 것은 벼랑 끝에 몰린 석유화학 사업의 체질개선이 시급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위기 극복과 생존을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에 대해 “과감한 인적 쇄신으로 경영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성과에 대한 엄정한 책임을 물어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의 공급과잉과 세계적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범용 석유화학을 앞세운 중국의 저가 공세가 한국 기업들에 직접적인 타격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화학’ 산업은 2022년부터 무역특화지수가 플러스(순수출)로 전환되며 교역 시장에서 한국과 본격적인 경쟁구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무역특화지수는 특정 상품의 상대적 비교우위를 나타내는 지수로, 음수(-)면 순수입국, 양수(+)면 순수출국을 나타낸다.
범용 제품의 비중이 높은 롯데 화학군의 경우 더욱 타격이 크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2년 7616억원, 지난해 347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1~3분기 누적 손실이 6600억원에 달한다. 이미 지난해 연간 손실보다 적자폭이 2배에 가까운 상황이다.
이같은 부진은 급기야 유동성 위기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21일 한국예탁결제원은 롯데케미칼 회사채에 ‘기한이익 상실 원인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고했다. 지난 9월말 기준 3개년 누적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5배 이상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롯데그룹은 지난 27일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때문에 새로 화학군의 키를 맡은 이영준 사장의 최우선 과제로 위기 극복을 위한 고부가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과 롯데케미칼을 포함한 화학군 실적 개선 꼽힌다.
이영준 사장은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이사를 겸임하며 기초화학 중심의 사업을 스페셜티 중심 사업구조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한다. 그룹 내에서는 이영준 사장이 사업과 조직의 체질을 바꿔 롯데 화학군 전반의 근본적 경쟁 우위를 확보할 인물이라는 평가다.
이영준 사장은 1991년 삼성종합화학에 입사 후 제일모직 케미칼 연구소장, 삼성SDI PC사업부장을 거친 뒤 2016년 롯데그룹에 합류했다.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PC사업본부장과 첨단소재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고부가제품 중심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주요 거래선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축소되는 판매량과 스프레드에 효율적으로 대응해 성과를 인정받았다.
지난해 말 롯데 화학군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이훈기 사장이 1년만에 일선에서 용퇴한다. 이훈기 사장은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재임시 추진했던 일부 인수합병(M&A) 및 투자와 화학군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맥락으로 롯데 화학군 사장단 역시 대폭 교체됐다. 총 13명 최고경영자(CEO) 중 무려 77%에 달하는 10명의 CEO가 신규 선임됐다. 지난해 선임된 롯데알미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LC USA의 대표만 제외됐다. 롯데 화학군HQ 기술전략본부장(CTO) 황민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이사로, 롯데이네오스화학 대표이사 정승원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롯데정밀화학 대표이사로 기용된다.
롯데 화학군 임원 역시 큰 폭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이번 인사에서 약 30%에 달하는 롯데 화학군 임원들이 퇴임했다. 이는 그룹 전체 퇴임 임원 비중 22%보다 높은 것이다. 특히 60대 이상 임원의 80%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인적 쇄신의 강도를 높였다. 롯데그룹은 롯데 화학군의 대대적인 쇄신을 위한 인사 조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