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패션위크 ‘주목할 10대 컬렉션’ 선정…디자이너 최유돈의 디자인 철학
세계적인 권위의 ‘런던패션위크’에 올해로 14번째 오른 최유돈(40ㆍ사진) 디자이너. 그의 컬렉션을 두고 ‘요란하지 않은 방법으로 여성을 세련되게 만들어준다’, ‘스토리텔링을 지능적으로 잘 한다’는 등의 찬사가 쏟아졌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014년 런던패션위크에서 ‘주목할 10대 컬렉션’으로 선정하기도 했던 최유돈은 이제 런던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패션 디자이너로 거듭나고 있다.
직장생활 중 런던 왕립예술학교로 유학 그곳서 한국의 주입식 교육과 다른 자신의 작업 스타일 계발하는 것 배워
내 디자인 영감은 그림이나 건축물 독창적이면서도 입기 편한 옷 좋아해
한국패션 기존의 다른 트렌드 수용보다 자체 기획력 다진후 해외 진출해야 성공
최유돈 디자이너의 옷은 우아하면서 틀이 있고, 기능을 잃지 않으면서도 예술적이다. 화가와 건축가들로부터 영감을 받은 그의 컬렉션은 단순한 ‘패션 디자인’을 넘어선 디자인정신을 선보인다. ‘사람이 입는 옷’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섬세한 디테일로 새로움을 가져오는 최유돈의 디자인은 예술의 경계와 맞닿아 있다.
오는 11월 8일 ‘헤럴드디자인포럼 2016’의 연사로 초청된 그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미리 만났다.
최유돈은 “패션에는 답이 없다”면서도 자신의 디자인 철학, 영감을 떠올리는 노하우 등에 대해 입을 열었다.먼저 그의 커리어의 대전환점이 된 영국 유학에 대해서 물었다. 연세대 의류환경학과 석사를 마치고 ‘타임’과 ‘보티첼리’의 남성복 디자이너로 4년 간 일하던 그는 돌연 영국 유학길에 오른다. ‘버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토퍼 베일리와 줄리언 맥도널드 등 천재적인 디자이너를 다수 배출한 런던의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sㆍRCA)가 그의 선택이었다. 최유돈은 이곳에서 새롭게 여성복을 시도했다. 그는 “유학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을 때 남성복은 이미 많이 안다고 생각했다. 해보지 않은 여성복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사실 남성복은 틀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지만 여성복은 정말 무궁무진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RCA에서 공부한 것은 정말 신선했다. 무언가를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기가 자기작업을 하고 계발해 나가야 했다. 한국에서의 주입식 교육과 상당히 달랐다”며 “나 자신을 믿고 자신의 작업 스타일을 계발해 나가는 중요한 시기였다”고 떠올렸다. RCA가 주최한 각종 콘테스트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이후 영국 패션 브랜드 ‘올세인츠’ 등에서 수석디자이너로 일하다 2009년 ‘유돈 초이(Eudon Choi)’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의 디자인 철학은 단순명료하다. ‘독창적이면서도 입기 편한 옷’이다. 최유돈은 “젊은 디자이너로서 내 철학은 기성복과 다른 아이디어가 있고 독창적인 디자인을 제시하면서도 착용감이 편안한(wearable) 디자인이다. 패션 디자인은 결국에는 누군가가 입어야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유돈은 어린 시절 디자이너로 성장하는 데 어떤 것들이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그는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편이다. 외할머니는 예전에 작은 의상 비즈니스를 가지고 계셨고 어머니는 처녀 때 외할머니를 도왔다. 어릴적 항상 멋졌던 두 분의 모습에서 많이 영향을 받은듯 하다”며 “미대 교수였던 고모부 내외와 현재 의상학과 교수로 있는 사촌형의 영향도 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유돈 디자이너는 그림이나 건축물 등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는다고 알려져 있다.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 그는 “어딘가를 계획적으로 다니기도 하지만 일상속 에서 영감을 받기도 한다. 도서관에서도 그렇다. 사실 영감은 어디에서든지 올 수 있는 것이다. 항상 시즌마다 다르다고 할 수 있다”며 “영감을 받기 위해서는 리서치(연구)가 매우 중요하다. 영감을 주는 주제에서 연관된 사진들을 찾고, 이 사진들을 보며 이미지 보드를 만들면서 디자인을 계속 발전시킨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패스트패션(Fast Fashion), SPA 브랜드의 성공에 대해 그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디자인성이 있는 제품들을 제공하는 SPA가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며 “종종 나의 디자인이나 다른 신진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을 큰 SPA 브랜드들에서 카피해서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나는 퀄리티 높고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들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굳이 SPA 브랜드들에는 크게 신경을 쓰고있지 않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한국의 패션 산업에 대해서 그는 “지금 한국은 패션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 전반적으로 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처럼 해외에서 다른 트렌드를 받아들여 진행하기보다 자체적으로 기획력을 다진 뒤 제품을 내놓는다면 해외에서의 성공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유돈 디자이너는 디자인 전공자 등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자신감을 갖고 많은 경험을 해보라고 조언했다. “많이 보는 것, 정보력이 재산이다. 그것들이 자신에게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자기만의 것이 탄생한다. 그러니 자신을 믿고, 추진하라.”
배두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