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朴대통령-최순실 직거래하고 내게 지시” -대통령 불법 확인되면 헌법상 탄핵소추 가능 [헤럴드경제=홍길용ㆍ조용직 기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의 입에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이 갈릴 전망이다. 2일 검찰에 소환될 안 전 수석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비리 의혹이 모두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결과라고 진술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사실이라면 명백한 불법행위다. 헌법상 현직 대통령은 불소추 특권이 있지만, 역시 헌법에는 국회에 대통령의 불법 행위를 탄핵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2일 안 전 수석이 최근 검찰 수사에 대비하면서 측근에게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등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한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안 전 수석은 또 “최 씨와 박근혜 대통령 사이에 ‘직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는 이야기도 이 측근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수석은 이날 오후 2시 검찰에 소환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다.
안 전 수석이 2일 검찰 조사에서 이같은 진술을 한다면 박 대통령이 모든 의혹의 중심에 서게 된다.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 여론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헌법 상 권리를 내세우며 끝내 수사받기를 거부하거나, 안 전 수석의 진술을 부인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검찰 수사에도 난항이 불가피하다. 정작 범죄의 주체로 의심되는 피의자를 수사할 수도, 기소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종범 격인 피의자들만 처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은 결국 대통령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고, 하야 요구도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가능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헌법 제65조에 따라 대통령을 비롯한 공무원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대통령의 범법 행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되면 여소야대와 새누리당 내 비박계를 감안할 경우 통과 가능성이 크다. 안 전 수석의 증언은 박 대통령의 범법 여부를 가릴 결정적 증거일 수 있다. 최종 탄핵여부는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따른다. 따라서 안 전 수석의 발언내용이 사실인지에 대한 박 대통령 측의 입장과 진위 여부가 재판 과정에서 확인될 수 있다. 탄핵이 최종결정되면 파면된 대통령은 범법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한편 앞서 먼저 검찰 조사를 받은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안 전 수석 등이 ‘미르ㆍK스포츠재단 자금 모금에 힘을 써 달라’고 지시했다”고 시인하며 ”모든 게 자발적“이라던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안 전 수석이 두 재단의 출연금 774억 원을 모금하고 최 씨 회사를 통해 기금을 횡령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독박을 쓸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을 조사한 뒤 직권남용 또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