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내세운 판매전략 실패

‘Be Y폰’ 日개통수 500대 밑돌아

3개월간 3만여대도 안팔려

‘차이나 디스카운트’ 벽 못넘고

국내 이통사 전폭협력에도 ‘쓴잔’

세계 스마트폰 3위 업체 화웨이가 재차 도전했던 국내 중저가폰 시장에서 완패했다. 주로 자급제 방식을 택하는 외산폰과 달리 화웨이는 단말기 흥행 여부에 입김이 센 이동통신사들의 조력을 받고서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안방인 한국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운 시장 판매 전략 역시 실패하면서 중국 최대 스마트폰 업체로서 체면을 구기고 있다.

18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화웨이가 KT를 통해 지난 9월 1일 출시한 ‘비와이(Be Y)’폰은 현재 누적판매량 2만5000대 가량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와이폰 출고가는 31만6000원으로 7만원대 요금제를 선택하면 실구매가가 0원이 되는 공짜폰이다. KT가 기획단계부터 화웨이와 협업했으나 출시 직후 일개통수는 500대를 밑돌았다. 사실상 공짜폰이지만 출시 이후 3개월여 동안 3만대도 안 팔려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는 실정이다.

화웨이가 LG유플러스를 통해 지난 9월 29일 선보인 H폰도 상황도 다르지 않다. 10만원대 H폰도 일개통수 300여대를 맴돌아 누적판매량이 2만대를 밑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인기를 끄는 스마트폰의 일개통수가 1만대 이상이란 점을 감안하면 역시 미미한 수치다.

화웨이는 지난해부터 출시한 ‘X3폰’, ‘Y6폰’ 등도 누적판매량 2만대에 그치는 등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이통업계는 이 처럼 화웨이가 고전하는 원인으로 브랜드 인지도와 부족한 사후관리 체계 등을 꼽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 등 양강구도에서 확연히 밀리는 데다 사후관리 측면에서도 국내 A/S센터가 20~30여곳에 그쳐 국내 제조업체들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또 중국산 제품을 불신하는 ‘차이나 디스카운트’ 현상도 저조한 판매량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는 국내시장에서는 가격과 브랜드 측면에서 경쟁력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단순히 가성비가 좋다고 중국폰을 선택하기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 대체할만한 중저가폰이 많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다음달 고가폰을 앞세워 국내 프리미엄폰시장에 도전장을 던진다. 화웨이는 중저가폰과 고가폰으로 라인업을 다변화하고 국내 이통사와 협업하는 동시에 자급제 방식으로도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탈중국’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화웨이로서는 북미와 유럽 등 선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한국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면서 “한국은 프리미엄폰시장을 선두하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화웨이가 입지를 넓히기 위해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