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 투 테이블’ 운동 선구자 ‘댄 바버’ 셰프

“혀끝에서 사라지지 않는 최고의 맛은 건강한 토양이 만들어 낸것이다” 미국의 유명셰프인 댄 바버는 저서 ‘제 3의 식탁’에서 이렇게 말했다.

댄 바버는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 운동의 선구자로 불리는 셰프다. ‘팜 투 테이블’은 ‘농장에서 직접 기른 신선한 작물을 그대로 식탁에 올린다’는 의미로 환경보전과 웰빙의 흐름안에서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그 누구보다 ‘팜 투 테이블’을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는 댄 바버의 요리 철학은 가장 간단하면서도 심오하다.

스톤반스 농장에서 일하는 댄 바버 셰프. [사진제공=글 항아리]

▶농장에서 ‘진정한 맛’을 배운다=댄 바버는 농장 겸 레스토랑인 ‘블루 힐 앳 스톤 반스’를 운영하는 요리사다. 그는 각종 매체와 재단을 통해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위대한 셰프’에 선정됐으며,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에 꼽힐 정도로 유명하다.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인 뉴욕의 ‘블루힐’은 농장에서 당일 구해온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메뉴판 없이 그날의 구성에 따라 자유롭게 달라진다. 댄 바버는 저서에서 “메뉴에 맞춰 식자재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한정된 식자재로 메뉴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톤 반스 농장은 자연 그대로 식재료를 길러내는 초원이다. 돼지와 닭이 자유롭게 뛰어놀고, 인공사료대신 풀을 먹은 소가 자라난다. 채소와 곡물들은 농약없이 유기농으로 길러진다. “자연이 일하도록 내버려두면 그 어떤 방식으로 생산하는 것보다 많은 것을 얻을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그래서 토양은 댄 바버의 휼륭한 배움터다.

이렇게 농장에서 짠 우유, 크림, 밀의 재료들은 레스토랑에 공급된다. 땅에서 가꾸고, 수확하고, 조리하는 모든 세월의 과정이 하나의 요리로 탄생되는 것이다.

자연에서 얻은 식재료가 자연을 오염시키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댄 바버는 음식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남은 채소로 샐러드를 만들거나, 줄기를 장식으로 이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그래도 남겨진 음식쓰레기는 천연비료로 농장에 돌아간다.

스톤반스 농장에서 일하는 댄 바버 셰프. [사진제공=글 항아리]

▶그가 꿈꾸는 ‘제3의 식탁’=10년 간 댄 바버가 ‘팜 투 테이블’에 대해 머리를 쥐어짜며 내린 결론은 저서 ‘제 3의 식탁’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가 강조하는 ‘팜 투 테이블’은 대량생산된 식재료로 차려낸 ‘제 1의 식탁’이나 로컬ㆍ 유기농 재료로 조리한 ‘제 2의 식탁’을 넘어선다. 댄 바버가 추구하는 ‘제 3의 식탁’은 훼손되지 않은 살아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토양이 건강하게 살아있어야 가장 이상적인 식재료가 나올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건강한 토양에서 나온 식재료로 차려진 ‘제 3의 식탁’을 꿈꾼다.

댄 바버는 그의 저서를 통해 “현대의 대량생산체계로 토양이 침식되고 어장이 붕괴돼 우리는 식재료 고유의 맛을 잃어버렸으며 건강까지 위협받는다”고 지적했다. 황폐해진 토양에서 영양을 흡수할 수 없는 밀이나, 플랑크톤이 적은 바다에서 자란 숭어는 맛이 없으며 건강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식품체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생태계를 고려한 농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얼마 전, 시장조사 겸 뉴욕의 ‘블루힐’을 방문했다는 양영란 올가니카 이사는 “건강한 맛의 허브 요리와 신선한 딸기로 만든 디저트는 양념의 맛보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양 이사는 “단순히 셰프가 몇시간 동안 만든 요리가 아니라 농장에서의 오랜 시간들이 녹아든 요리였다”고 감탄했다.

댄 바버의 목표는 건강한 ‘식재료의 맛’이다. 그는 “생명으로 가득찬 생태계가 없이는 좋은 음식, 맛있는 음식을 먹을수 없다”고 강조한다.

육성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