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적 호칭 자발적으로 바꿔 부르는 가정 -일부는 당분간 그대로 사용…“대안책 없어”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지난해 결혼한 강모(36ㆍ여) 씨는 결혼 전까지만 해도 가족 호칭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장인어른‘, 과 ‘장모’라는 호칭의 뜻을 알고 나선 남편에게 호칭을 ‘아버님’, ‘어머님’으로 바꿔 부를 것을 부탁했다. 문제의 호칭을 아무렇지 않게 계속 쓰다 보면 그릇된 인식을 배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강 씨는 “‘어머님’이나 ‘아버님’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뜻이 담긴 호칭인 건 알았지만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어른’과 ‘어른 여자’에 그치는 호칭인 줄 몰랐다”며 “남편도 다행히 이를 이해하고 호칭을 바꿔 쓰기 시작했다.
정부가 성차별적인 인식이 담긴 가족 호칭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일부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호칭을 바꾸는데 동참하고 있다.
앞서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친인척 호칭을 양성 평등 관점에서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담은 ‘제3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16∼2020)’을 보완해 발표했다. 이는 친인척 호칭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나온 조치다.
국립국어원이 지난해 국민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65%가 “남편의 동생을 ‘도련님, 아가씨’로 높이고 아내의 동생은 ‘처남, 처제’로 높이지 않고 부르는 관행을 고쳐야 한다”고 응답했다. 결혼한 여성이 남편의 집안을 가리킬 때 ‘시댁’으로 높여 말하고 결혼한 여성이 아내의 집안을 ‘처가’라고 평대하는 것을 고쳐야 한다는 비율 역시 59.8%에 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가족 내 불평등 호칭을 개선해달라는 청원이 수십 건 게시됐다.
그러나 ‘장모님’이나 ‘장인어른’의 호칭의 경우 ‘어머님’과 ‘아버님’으로 쉽게 대체할 수 있는 반면 ‘도련님’이나 ‘아가씨’ 등의 호칭은 특별한 대안이 없어 당분간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남동생을 둔 전업주부 송모(31ㆍ여) 씨는 “남편이 동생을 ‘처남’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다른 대안이 없다”며 “정부가 새로운 호칭을 내놓을 때까진 남편이 계속 ‘처남’이라는 호칭을 계속 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중장년층은 갑작스런 용어 변경 결정에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모(67) 씨는 “조상들이 계속 써왔던 호칭이고, 호칭 문화에는 우리나라 전통이 녹아 있는 부분이 있다”며 “정부에서 호칭을 갑자기 바꿔 쓰라고 해서 한순간에 바꿀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가부 측은 “새로운 표현을 꺼리는 중장년층 세대가 있는 만큼 무리하게 용어 변경을 추진하기보다 적극적인 홍보로 충분한 공감대를 먼저 만들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