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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제공)
김주헌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정확한 발음과 자연스러운 연기, 적당히 치고 빠지는 센스까지 갖췄는데 얼굴은 생소한 배우가 있다면? 대부분 연극 무대에 주로 오르던 배우일 확률이 높다. 현재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연출 박신우, 극본 유영아)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김주헌 또한 마찬가지다. 김주헌은 극 중 김진혁(박보검)의 절친한 형이자 김진혁의 동생 김진명(표지훈)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골뱅이집 가게 사장 이대찬을 연기하고 있다.얼핏 보면 이대찬은 동생들에게 매번 당하는 푼수 같은 형처럼 보인다. 꼬불거리는 파마머리를 하고 톤다운된 컬러의 상의를 입어 조금은 추레해 보이는 모습에 왠지 웃음도 터진다. 하지만 들여다 본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대찬은 동생들에게 편안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힘들 때마다 찾아올 수 있는 어엿한 모습을 은연중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대찬의 역할은 중요하다. 극 중 김주혁(박보검)이 새벽에 트럭을 빌려갔을 때 “너 때문에 시장을 못 봤다”고 말한 대사는 이대찬의 성실함을, 소개팅 상대가 자신의 앙숙 장미진(곽선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안내해주고 식사를 청하는 모습은 이대찬의 매너를 보여준다. 고추장이 묻을까봐 명품지갑을 빨래집게로 집어 놨다는 귀여운 배려심도 있다. 여기에 “왜 대학교를 안 갔냐”는 장미진의 질문에 편견 없이 자신만의 소신이 담긴 역질문을 하는 모습, 골뱅이집 2호점까지 꿈꾸는 멋진 모습까지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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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자들' 출연 당시 김주헌(사진=KBS 화면 캡처)

이처럼 이대찬은 가벼워 보이는 겉모습 속 은근한 매너와 강단을 보여준다. 그리고 김주헌은 그것을 생색내지 않는 이대찬의 이면을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있다. 장면을 흐트러뜨리지 않을 정도로 감칠맛을 내면서도 주인공들 사이에서 자신감 있게 무게중심을 잡는다.이런 김주헌의 연기는 연극 무대로 다져진 탄탄한 내공으로 탄생했다. 눈에 띄는 연기력의 소유자이지만 얼굴이 낯선 것도 이 때문이다. 김주헌은 2009년 연극 ‘마라, 사드’ ‘고래’로 데뷔한 연기 10년차 배우다. 이후 그는 한 해에 3~4편의 연극에 임하며 부지런히 활동했다. 2011년 ‘오이디푸스 왕’ ‘속살’ ‘잠 못 드는 밤은 없다’, 2012년 ‘죽은 남자의 핸드폰’ ‘하늘은 위에둥둥 태양을 들고’ ‘쥐’ ‘사람 꽃으로 피다’, 2013년 ‘돌고돌고’, 2014년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요요현상’ ‘형민이 주영이’ 등은 그의 성실함을 보여주는 필모그래피다.지난해부터는 보다 규모가 크고 인지도 있는 극장에서 연기하며 판을 더 넓혔다. 김주헌은 ‘왕위 주장자들’ ‘엠, 버터플라이’ ‘거미여인의 키스’ 무대 위에 올랐다.

김주헌이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올해부터다. 그는 웹드라마 ‘고래먼지’, KBS 드라마 스페셜 ‘도피자들’을 통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고, 마침내 ‘남자친구’를 통해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게 됐다. 물론 그러면서도 자신의 시작점인 연극을 놓지 않았다. 김주헌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거미여인의 키스’, ‘카포네 트릴로지’ ‘돌아서서 떠나라’ 등 무대에 오르며 여전히 성실하게 활동했다.김주헌은 무대에서 다양한 역할을 거치며 유연함과 함께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방법을 꾸준히 익혔다. 덕분에, ‘남자친구’ 주연들에 비해 비중이 적은 역할인 이대찬을 연기하면서도 자신만의 묵직함을 선사할 수 있었다. 2018년은 김주헌이 꾸준히 쌓아온 경력을 시청자들에게 다시 한 번 인정받은 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의 그는 무대와 브라운관을 더욱 활발히 오가며 새로운 이력들을 남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