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정체 불구 호실적 -업체마다 두자릿수 성장 -매출비중 적어 실적 방어 한계

홈쇼핑, T커머스로 ‘체면치레’-copy(o)1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할인점 등 전통적 유통채널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서도 홈쇼핑 업계만 그나마 선방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적을 뜯어보면 딴 판이다. 홈쇼핑 주력인 TV 등은 좀체 정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체된 시장에서 홈쇼핑 업계가 그나마 외형 성장을 견일할 수 있었던 데에는 T커머스의 급성장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사실상 T커머스가 홈쇼핑의 구원투수로 나서고 있는 셈이다. 다만, 아직 전체 상품 취급고에서 T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전후로 낮아 실적 방어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T커머스인 ‘현대+샵’에서 2896억원의 상품을 취급했다. 이는 1770억원을 기록한 전년보다 35.4%나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모바일을 포함한 전체 상품 취급고가 2.6% 증가했고, TV에서는 1.2%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신장률이 이례적으로 높은 셈이다.

(보는중)정체된 홈쇼핑 시장…‘T커머스’ 구원투수 될까?-copy(o)1
현대홈쇼핑이 T커머스인 ‘현대+샵’에서 ‘VR(가상현실) 피팅 서비스’를 이용한 의류 판매 방송을 하고 있다.

CJ ENM 오쇼핑 부문도 지난해 전체 상품 취급고가 7.4% 느는데 그쳤지만, T커머스 채널인 ‘CJ오쇼핑 플러스’는 39.9% 급증했다. 이는 모바일 취급액 증가율(22.3%) 보다도 17.6%포인트 높다.

GS홈쇼핑은 지난해 ‘GS마이샵’을 통해 1542억원의 상품을 취급했다. 이 역시 전년(1293억원)보다 19.3%나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T커머스가 포함된 TV 부문 취급액은 오히려 7.2% 감소했다.

T커머스는 TV와 상거래(commerce)의 합성어로, TV를 통해 리모컨으로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ㆍ결제할 수 있는 상거래다. 최근 시장이 커지는 이커머스와 TV홈쇼핑의 중간 형태다.

보통 송출수수료가 낮은 20~30번대에서 녹화로 24시간 방송되다 보니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홈쇼핑에 비해 제작 비용은 적고 취급 상품은 많다. 이에 따라 지역 특산물이나 중소기업 제품 등 제품 단가가 낮은 상품을 취급하거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접목하는 등 새로운 시도도 가능하다. 실제로 GS홈쇼핑은 ‘GS마이샵’을 중소기업을 인큐베이팅하는 상생 채널로 운영 중이다.

이에 따라 T커머스 시장도 날로 커지는 양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T커머스 10개사의 취급액은 지난 2015년 2540억원에 불과했지만, 다음해인 2016년에는 1조원에 육박했다. 지난해에는 이보다 2.8배 급증한 2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홈쇼핑업계도 T커머스 규모를 키우는 것이다.

다만 아직 T커머스가 전체 홈쇼핑 상품 취급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 보니 홈쇼핑업계의 실적을 방어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대+샵의 취급고는 현대홈쇼핑의 11.7%에 불과하다. GS마이샵은 이보다 적은 9%밖에 안된다.

이와 함께 올해에는 T커머스의 시장 확대가 다소 주춤해질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T커머스의 채널 입점이 90%가량 진행돼 조만간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또 비(非)홈쇼핑 사업자들이 T커머스 시장에 투자를 확대한 만큼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 3~5년에 한 번씩 정부의 재승인을 받아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T커머스가 채널에 모두 입점하지 않아 입점이 추가될 때마다 취급고는 자연히 늘어난다”면서도 “다만 아직 홈쇼핑에 비해 객단가가 낮고, 시장 내 경쟁도 치열해 T커머스에만 기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