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그런 사실 없다” 거듭 강조

-오후엔 “일본에 설명한 사실 있다”

[김수한의 리썰웨펀]日초계기 접근시 韓군사조치 놓고 軍 ’우왕좌왕‘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국방부는 일본 초계기가 한국 함정에 근접비행할 경우 군사적 조치를 취할 거라고 일본 측에 설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침과 저녁 설명이 달라진 셈이다.

국방부는 22일 오후 ‘레이더 조사를 경고하는 한국군의 신지침, 안보협력에 그림자’란 제목의 일본 언론 기사와 관련한 입장‘을 통해 “국방부는 한일간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우리 군의 군사적 조치와 기조에 대해 일본 측에 설명한 사실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가 오후에 이를 뒤집은 것이다.

군 관계자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현재까지 관련 매뉴얼에 대해 통보한 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런 답변은 우리 정부가 일본에 관련 내용을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날 오후 군 당국은 ‘설명은 했으나, 관련 매뉴얼을 통보한 것은 아니다’라는 묘한 입장을 다시 내놓았다.

국방부는 “작전 세부절차 등 대응 매뉴얼을 일측에 공개한 사실은 없다”면서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작전보안으로 확인해 줄 수 없음을 양해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일본 언론이 보도한 ‘3해리’와 관련해서는 “비공개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를 종합하면, 3해리와 관련해 일본 측에 설명했는지 여부는 비공개 사항이며, 대응 매뉴얼은 일본에 공개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대응 매뉴얼을 공개하지는 않았다’는 군 당국 답변은 논점을 벗어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무도 ‘대응 매뉴얼을 공개했느냐’는 질문을 한 적이 없는데, 군 당국이 굳이 ‘대응 매뉴얼을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에 ‘3해리 안으로 접근하면 군사조치를 취하겠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서는 끝까지 “비공개사항”이라며 함구하고 있다.

군의 이런 태도는 논란이 커지는 상황을 가급적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논란 축소에만 매달리다 우리 군이 일본 초계기의 저고도 위협비행을 방관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을 샀다. 군 당국이 일본 초계기가 접근하면 엄정한 군사대응 방침을 밝혀야지, 논란을 피하는 말장난만 거듭하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가 커지는 형국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일본의 군용기가 한국 함정으로부터 3해리(약 5.5㎞) 이내로 접근하면 사격용 화기관제레이더를 비출 것임을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통보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 국방부가 ’초계기 저공비행-레이더 조사‘ 갈등이 한창이던 지난 1월 일본 방위성에 이런 내용의 레이더 운영 지침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1월 26일 일본 해상자위대의 초계기가 접근하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 발언을 전후해 국방부가 방위성에 지침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신문은 해당 지침은 동맹국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적용 대상이라며 한일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한국군이 일본에 대해 강경 자세를 강조하기 위해 취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와 관련해 일본 측은 지난 10일 한국에서 열린 국방부와 방위성 사이의 비공식 협의에서 이런 지침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며 철회를 요청했고, 이에 대해 한국 측은 “지침에 문제가 없다”고 거절했다.

신문은 일본 측은 한국군의 지침이 북한 선박의 환적 감시 활동에 영향을 받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해상자위대는 한국군의 지침과 관계없이 기존대로 초계기를 운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날 오전 군 관계자가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그런 일 없다’는 투로 얘기하더니, 오후에 말을 뒤집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