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검, 상장업체 ‘모다’ 주가 조작·횡령 사건 수사 -구 씨 2011년에는 ‘엑사이엔씨 주가조작’으로 징역 3년 실형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범LG가(家) 3세 구본현(51·사진) 씨가 시가총액 6000억원의 벤처기업을 상장폐지 위기로 몰아넣은 뒤 금융감독원과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해외로 도주했다.
2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오현철)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 씨와 공범 이모(55) 씨, 최모(51) 씨를 수사 중이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구 씨는 지난해 해외로 도피했다. 한국에 남아있는 이 씨와 최 씨는 검찰 조사에서 구 씨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구속을 피했다. 검찰 관계자는 “구 씨가 지난해 10월부터 해외에 나가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헤럴드경제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구 씨는 2016년 6월 단기 차입금 20억원으로 페이퍼컴퍼니 D사를 통해 코스닥 상장사인 파티게임즈(PATI Games)와 모(母) 회사 모다를 인수했다. 파티게임즈는 모바일게임 ‘아이러브커피’ 시리즈가 흥행하고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 사이트 ‘아이템베이’ 등을 인수하며 널리 알려졌다.
D사 회장을 맡고 있던 구 씨는 D사 부회장 이 씨, 최 씨 등과 공모해 페이퍼컴퍼니 간에 주식을 사고팔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주식 차액으로 단기차입금 이자를 상환하는 한편, 회사 자산을 담보로 추가 주식을 매입하거나 유흥비로 활용했다. 벤처업계는 이 과정에서 구 씨 일당이 챙긴 회사 자산은 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구 씨 일당의 주가 조작은 금융감독원에 발각됐다. 2017년 말 금감원은 파티게임즈와 모다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다. 담당 회계법인을 상대로도 조사를 벌였다. 파티게임즈를 감사한 삼정회계법인과 모다를 감사한 한영회계법인은 2018년 3월 21일 감사 의견을 거절했다. 이들 회사가 이사회결의 및 의사록기록 등 내부통제 없이 관계기업의 투자주식취득, 자금 대여 및 회수,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 취득 및 회사, 사채발행 및 유상증자 관련 자문수수료 거래 등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금융감독원은 서울남부지검에 수사를 의뢰했고,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모다와 파티게임즈에 대한 상장폐지 정리매매 종목으로 지정했다. 주식거래도 정지됐다. 회계 감사 과정에서 구 씨 일당이 물러난 뒤 새롭게 꾸려진 모다와 파티게임즈 경영진은 서울남부지법에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신청이 인용되면서 상장폐지 직전에 멈춘 모다와 파티게임즈 측은 상장폐지 취소 본안소송을 제기해 현재 사건이 진행 중이다.
구본현 씨는 구자경 LG명예회장의 막내동생인 구자극 엑사이엔씨 회장의 아들이다. 2011년 구 씨는 엑사이엔씨 대표로 있으면서 추정 매출액을 허위로 꾸미고 사채업자와 함께 주가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시세 차익 253억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또 직원 대여금 형식으로 회사 돈 765억원 빼돌린 혐의와 회사 약속어음을 개인채무 담보물로 제공하는 등 100억원대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