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프·남양유업 관련 잇딴 구속영장 청구…이재용 항소심 자신감도

심우정 검찰총장 의중 반영된듯

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특경법상 사기, 횡령, 배임 등 혐의를 받는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왼쪽부터),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특경법상 사기, 횡령, 배임 등 혐의를 받는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왼쪽부터),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검찰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의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재판 등 거대 정치관련 수사를 진행하는 와중에도 경제사범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취임일성으로 ‘경제 범죄 단죄’를 강조한 심우정 검찰총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구영배 큐텐 대표와 티몬·위메프 경영진에 두 번째 영장을 청구했던 검찰은 법원이 연이어 영장을 기각한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며 “다수의 피해자가 양산된 부분에 대해 법원이 눈감고 있는것 아닌지 안타깝다”고 작심발언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청에만 고소장이 115건 들어왔고, 올해 초 티몬이 5% 역마진으로 팔아주겠다며 물량을 넣으라고 해 100억원어치 이상 팔았는데 사실상 돈을 하나도 못 받아 9월에 회생 신청한 판매자도 있다”고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구 대표는 회사를 만들어서 뭘 하겠다고 하는데 지금처럼 막대한 피해를 야기한 상황에서 어떤 구매자, 투자자가 (그 회사에) 신뢰성을 갖겠느냐. 구속을 면하기 위해 입에 발린 이야기를 한 게 아닌가”라고도 했다.

중앙지검은 구 대표 등에게 더 이상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대신 보완수사를 거쳐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주말을 앞두고 배임·횡령 혐의를 받는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과, 직무상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한 LS증권(구 이베스트투자증권) 전현직 임원에게 잇따라 구속 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홍 전 회장은 상장법인인 남양유업을 운영하면서 친인척이 운영하는 업체를 거래 중간에 불필요하게 끼워 넣어 회사에 1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LS증권 임원들은 내부정보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직접 시행하고, PF 대출금 가운데 830억원을 시행사 외부로 유출해 취득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이날 항소심 결심공판을 앞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사건과 관련해서도 자신감을 표했다. 이 회장은 올해 초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8월 서울행정법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도 회계처리를 분식회계로 인정했다”며 “판결을 존중한다면 (항소심도) 바뀔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8개월 간 항소심 공판에서 2000개의 추가 증거와 1500쪽의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공소 유지에 임하고 있다”며 “1심 판단 오류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행정재판에 소송 수행자 지위로 참여하는 등 금융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이 검찰이 정치 관련 수사의 ‘격랑’ 속에서도 경제범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데에는 심우정 총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임 이원석 총장은 특수통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기업 관련 수사보다는 민생침해 범죄 대응에 무게를 실었다는 평을 받았다. 2년간 검찰이 수사한 대기업은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에 연루된 카카오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 총장은 지난 9월 취임식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 역량을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부패범죄, 경제범죄에 집중시키겠다. 검찰의 집중 수사 역량은 시장경제질서를 무너뜨리는 경제범죄에 투입돼야 한다”며 “중대한 경제범죄에 적시에 대처하지 못할 경우 파급효과가 커 국민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