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7, 13일 엔진 연소실험
-장거리 신형 다단로켓 염두
-위성발사냐, ICBM용이냐
-북미교착에 ICBM 발사가능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7일과 13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인근 수직형 로켓엔진 시험대에서 실시한 두 차례의 엔진 연소실험이 '신형 다단로켓'을 개발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북한은 신형 다단로켓을 일단 '우주위성 발사'라는 평화적 용도로 가장해 시험하는 방식으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피한 뒤 성능이 일정 수준 확보되면 언제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성발사용 로켓과 ICBM은 ▷지상에서 고각으로 발사 ▷대기권 돌파 ▷포물선 비행 ▷대기권 재진입의 비행 특성이 동일하다. 로켓 앞에 우주위성을 달면 위성발사용 로켓이 되고, 핵탄두를 달면 핵탑재 ICBM이 되는 것이다.
북한 측에서는 두 번의 시험발사와 관련, 기존의 무기와 다른 또 다른 '전략무기의 개발'이라며 위협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전략무기란 현대전에서 해당 무기 하나의 존재만으로도 전쟁의 승패를 뒤집을 수 있는 고강도의 위력을 갖춘 무기다.
지상에서는 핵탄두를 탑재한 ICBM, 공중에서는 적 방공 레이더가 포착할 수 없는 미 공군 첨단 스텔스전투기 F-22 랩터, 해상에서는 1000여개의 적 전투기와 함정 등을 동시에 포착해 대응할 수 있는 이지스함과 핵탄두 발사 가능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갖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등이 전략무기로 흔히 분류된다.
우리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북한의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은 지난 14일 담화를 통해 "최근에 진행한 국방과학연구시험의 귀중한 자료들과 경험 그리고 새로운 기술들은 미국의 핵 위협을 확고하고도 믿음직하게 견제, 제압하기 위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또 다른 전략무기 개발에 그대로 적용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총참모장의 발언 중 '미국의 핵 위협을 견제하고 제압하기 위한 전략무기'라는 언급에 주목해 볼 때 북한이 이번에 개발하려는 것은 ICBM급 로켓으로, 이 로켓의 용도는 현재 미사일용과 우주위성용 등 2가지 용도로 일단 구분해볼 수 있다.
미사일용일 경우 신형 ICBM, 우주위성용일 경우 실제 정찰위성을 상공에 쏘아올려 남한 군사시설을 정탐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2017년 ICBM급으로 평가되는 '화성-14형'(7월 4일)과 '화성-15형'(11월 29일)을 약 5개월 간격으로 잇따라 발사했다.
화성-14는 '최대 고각발사' 방식으로 2802㎞까지 올라갔고, 933㎞를 비행했다. 역시 고각 발사 방식으로 쏜 화성-15형은 고도 4475km까지 올라갔다가 950km를 비행했다. 군 당국은 두 미사일의 비행궤도를 분석해 볼 때 유사시 충분히 ICBM용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미 두 차례 ICBM급 능력을 보여준 북한이 이번에 또 ICBM을 개발하며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지난 13일 동창리에서 실시한 엔진 연소시험에 대해 밤 10시 41분부터 48분까지 '7분간' 이뤄졌다고 밝혔다. 북한이 '7분'을 유독 명시한 것은 이번 시험이 ICBM 개발을 위한 것이라는 심증을 굳힌다. 다른 나라에서도 ICBM 2단엔진 연소 시간은 약 7분에 달한다.
보통 ICBM 1단 엔진은 3~5분가량 연소하는 데 2단 엔진은 다단연소(켰다 끄기)를 2~3회가량 할 수 있어 7분간 연소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단연소 기능이 가능해지면 지금보다 훨씬 먼 거리를 비행하는 것이 가능해져 사실상 전 세계 어디든 한 시간 내 사정권으로 삼을 수 있게 된다. 북한에서 ICBM을 발사하면 미국 본토를 직격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이라고 발표했으니 ICBM과 관련된 엔진 실험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북한이 실시한 엔진 연소시험이 위성발사용 로켓 개발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없지 않다. 북한이 이미 2017년 스스로 ICBM 개발에 성공했다고 평가했고, 이번 시험 직후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 등을 언급한 것 등을 감안할 때 ICBM보다는 위성 발사에 더 가깝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할 위성에 초고해상도인 1m급(우주에 떠 있는 위성 1m 크기까지 분별 가능한 위성) 카메라를 설치해 남한 전역을 샅샅이 탐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판단에 북한의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뒤따른다.
또한 북한이 지금 이 시점에 북미협상 주도권을 쥐기 위한 가장 효과적 수단은 미국 본토를 겨냥한 ICBM이므로, 북미협상 시한을 올해 연말까지로 규정한 북한이 올해 안에 ICBM을 쏘아올릴 가능성이 비교적 높게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