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윤 ‘카페뎀셀브즈’ 커피점 대표
지난해 매장 확대…가맹사업 시작
내년 로스팅공장 확장 변곡점 전망
2000년대 초반, 서울 종로2가에 위치한 커피 전문점 ‘카페뎀셀브즈’는 영화를 좋아하는 젊은이들로 늘 북적였다. 지금은 사라진 극장 ‘씨네코아’에서 영화를 본 뒤, 이곳에서 커피 한잔과 함께 여운을 즐기는 이들이 많았다. 가끔 곁들이는 치즈 케이크 한 조각은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들에겐 ‘작은 사치’이자 소박한 행복이었다.
지난 9일, 오랜만에 찾은 카페뎀셀브즈는 주위 풍경이 거듭 바뀌는 와중에도 여전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다만 카페 내부는 십여년 간 크고 작은 변화를 겪은 모습이었다. 과거 손님을 받았던 3층 공간은 원두를 볶고 바리스타 교육을 진행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마찬가지로 좌석이 있던 1층 한 구석엔 원두 포대가 수북히 쌓여 있었다. 느긋하게 책을 읽거나 영화 시간을 기다리던 이들 대신, 끝나가는 점심시간에 초조하게 테이크아웃 음료를 기다리는 직장인들이 매장을 채웠다. 달라진 매장 풍경에서 그간 다양한 실험을 거듭해왔을 김세윤(46) 카페뎀셀브즈 대표의 고심이 엿보이는 듯 했다.
▶ “전문가들 만나며 사업확장 의지 생겨”=“지난 17년 동안 종로 매장 하나만 운영한 건데, (매장 확대를) 못 해서 안한 건 아니었죠. 의구심이 들고 확신이 서지 않았던 거죠. 매장 운영이 이렇게 힘든데 누구한테 시킬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어요.”
그랬던 김 대표가 지난해부터 매장 확대에 본격 나서고 있다. 카페 창업 17년 만인 지난해 8월 문정점, 올해 3월 청담점을 오픈한 데 이어 최근엔 가맹사업에도 본격 나섰다. 지난달 23일 광화문점 문을 연 것이다. 그간 숱한 문의를 받아왔지만 이제야 가맹사업에 눈을 돌린 것은, 주위 전문가들 도움을 받기 시작하면서 자신감이 붙은 덕이다. 새 직영 매장을 선보인 데 이어 최근 가맹사업에도 뛰어든 건 스타필드 하남에서 매장을 운영한 경험이 기반이 됐다. 커피 원가율을 낮추는 등 가맹사업에 적합한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 “브랜드 드러내기보다 공간과 어울림 우선”=김 대표가 지향하는 직영 매장은 커피보다 ‘공간’을 파는 개념에 가깝다. 오피스 빌딩 내 위치한 카페뎀셀브즈 문정점은, 오픈 당시 1층 조경이 뛰어난 점이 김 대표 눈길을 끌었다. 이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생각에 바깥이 훤히 보이는 인테리어를 선택했다. 또 외부 조경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녹색 식물과 원목 벤치 등으로 매장을 꾸몄다. 그 결과 문정점은 도심 속 휴식처와 같은 공간으로 태어났다.
김 대표는 “건물 내 위치한 매장의 경우 입주해있는 분들, 온전히 그분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미고자 한다”며 “브랜드를 드러내기보다 건물과 어울리는 공간으로 꾸미고 있다보니 컬래버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해외 가구 브랜드에서도 컬래버 제의가 들어와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캐시카우 원두상품, B2C로도 확대 속도=이처럼 매장 확대와 혁신에 최근 주력하고 있지만, 카페뎀셀브즈의 캐시카우는 원두 제조유통이다. B2B(기업간거래)사업에 필요한 브랜드 강화를 위해 매장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자체 로스팅 공장을 갖추고 있는 뎀셀브즈의 연 생산가능 원두량은 300톤 수준이다. 2017년 기준으로 220여개 업소에 원두 등을 공급하고 있다. 좋은 원두는 물론, 뛰어난 실력의 바리스타들을 배출하고 있는 점이 이곳 커피맛을 입증한다. 카페 뎀셀브즈는 업계에서 ‘바리스타 사관학교’로도 불린다. 이곳 바리스타들이 유수 대회에서 수상한 것만 53회에 이른다.
▶ “내년 새 로스팅공장…변곡점 될 것”=김 대표가 이처럼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시장에도 눈을 돌린 건 국내 커피 시장이 변화하는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커피시장이 포화됐다는 진단이 나오는 와중에도, ‘홈카페’(집에서 커피를 즐기는 것)를 중심으로 국내 커피 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김 대표는 로스팅 공장을 내년 상반기에 이전할 계획이다. 사업을 확장하면서 기존 공간이 좁아진 탓이다. 새롭게 문 여는 로스팅 공장은 생산 설비 뿐 아니라 물류 창고, 사무실 등이 결합된 복합공간으로 태어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이같은 설비 확대에 따른 제조역량 강화, 가맹사업 등으로 3~4년내 순이익 1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작년 말부터 ‘뎀셀브즈 사장이 바뀌었느냐’는 얘기도 나오더라고요.(웃음) 작년에 변화의 폭이 그만큼 컸다는 것이겠죠. (매장 운영이) 기존 생각으로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적절한 인물을 적절한 곳에 배치하는 게 CEO의 역할이라는 점을 깨달은 것 같아요. 내년 이맘때 공장을 이전하는 시점이 카페뎀셀브즈의 또다른 큰 변곡점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