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 13명까지…연관성 조사 중
접종 진행 놓고 전문가들 사이서도 의견 엇갈려
“백신으로 인한 사망 확률 적어”vs“결과 나올때까지 중단해야”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하는 사례가 연일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독감 백신을 맞아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접종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독감 백신으로 인한 사망 연관성은 크지 않아 예방접종을 중단하는 것보다 계속 진행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과, 아직 정확한 인과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안전성이 검증되기 전까지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나뉘고 있다. 보건당국은 아직까지 예방접종 사업은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지금처럼 사망자가 계속 나올 경우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까지 13명 사망…질병청 “원인 조사 중, 예방접종 사업은 계속 진행”=질병관리청이 22일 오전까지 파악한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는 총 13명이다. 지난 16일 인천의 17세 고등학생이 사망한 이후 20일 고창, 대전, 목포에 이어 21일 제주, 대구, 광명, 고양, 안동 등에서도 추가로 사망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에만 대전, 경북 성주, 창원에서 각각 70대 사망자가 추가되면서 이날 오전까지 13명의 사망자가 확인됐다. 향후에도 사망자는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질병관리청은 현재 사망자들에 대한 사망 원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질병청은 일부 사례의 경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전체적으로 독감 백신 접종과 사망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체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며 접종을 계속 진행할 방침이라고 했다.
▶사망자 대부분 고령자…절반 정도는 기저질환 앓아=지금까지 사망한 사람들은 대부분 고령자다. 지난 16일 처음 인천에서 사망한 고등학생을 제외하고 사망자는 모두 50대 이상으로 알려졌다. 고창(77세), 대전(82세, 79세), 대구(78세), 제주(68세), 서울(53세), 경기(89세) 등이다. 이날 오전에 추가된 사망자 3명 역시 모두 70대로 알려졌다. 사망자 한 명의 정보는 유족 요청에 따라 나이, 지역 등이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이들 중 6명이 기저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은 고령자들이 흔히 앓고 있는 고혈압, 당뇨 등이다. 반면 이날 대전에서 사망한 70대 여성처럼 평소 지병이 있지 않았고 건강한 사람도 있어 불안감이 더 증폭되는 모습이다.
보건당국이 아직까지 사망자들과 백신간의 상관 관계가 적다고 보는 이유는 사망자들이 맞은 백신 제품과 제조번호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사망자가 맞은 백신 종류와 지역이 다 다르다. 어느 한 회사 제품이나 한 제조번호로 모두 사망했다면 백신의 문제겠지만 현재까지 보고된 사망 사례에서는 그런 공통점이 없다”며 “사망자 대부분이 고령으로 19일부터 고령층 예방접종이 시작돼 사흘간 300만명 정도가 맞았다. 초기에 많은 접종이 집중적으로 진행되면서 사망 신고가 며칠 새 많이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은 안전, 접종 계속해야” vs “인과 관계 밝혀질 때까지 중단해야”=이처럼 연일 독감 백신 접종자 중 사망자가 잇따르자 백신 접종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김모 씨(70대)는 “코로나 상황에 독감이 유행할 수 있어 올해는 꼭 독감 백신을 접종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사망자가 계속 나오니 불안한 마음이 크다”며 “그럼에도 정부에서는 백신을 맞으라 하는데 사망자가 대부분 나와 같은 고령자이다보니 불안한 마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우선 독감 백신은 오랜 기간을 거쳐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이기에 일부 사망 사례로 인해 백신 접종을 미룰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과거에도 고령자들에게서 백신 접종 후 사망하는 경우는 종종 있어 왔다”며 “아직 이들의 사망 원인이 정확히 백신 때문이란 것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백신을 일부러 맞지 않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특히 고령자, 영유아, 임산부 등 독감 고위험군은 반드시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다만 백신은 몸 상태가 좋은 날 맞아야 하고 접종한 후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잘 살피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 백신은 이미 수십 년 동안 맞아 온 주사이기 때문에 이번 사례로 과도하게 공포심을 갖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람이 10명 이상 된 상황에서 우선은 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의 한 내과 개원의는 “독감 백신 사망자가 나오면서 며칠새 백신 접종자 수가 눈에 띄게 확 줄었다”며 “어디 백신을 사용하는지, 지금 백신을 맞아도 되는지 문의하는 전화만 많다”고 말했다. 이어서 “가뜩이나 상온 노출 사건으로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망자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안심하고 예방접종을 하라고 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이럴바엔 차라리 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하고 인과 관계가 확실히 밝혀진 뒤에 다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