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무려 71만9000원! 애플워치 6보다 비싼 무선헤드폰!”
애플이 70만원을 넘어선 초고가 에어팟을 출시했다. 기존 ‘콩나물 형태’에서 벗어난, 첫 무선 헤드폰이다. 애플워치6보다 비싼 가격이지만, 갈수록 양극화되는 음향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을 원하는 수요자들을 잡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완전무선이어폰(TWS) 시장 격차도 더욱 벌리겠단 전략이다.
애플은 8일(현지시간) 무선 헤드폰 ‘에어팟 맥스’(Airpods Max)를 발표했다.
에어팟 맥스는 애플이 처음으로 오버이어(귀를 감싸는 형태)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으로, 입체감 넘치는 음향 체험이 특징적이다. 초당 90억회 연산이 가능한 H1칩의 10개 오디오 코어를 활용한 컴퓨테이셔널 오디오(컴퓨터 연산을 이용한 음향 제어)를 탑재해, 적응형 이퀄라이저(EQ),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주변음 허용 모드, 공간 음향 등 획기적 청음 경험을 가능케 했다. 주변 소음 차단(노이즈 캔슬링) 기능도 적용했다.
출고가는 71만9000원이다. 대중을 겨냥한 제품으로 보기엔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애플워치 6세대(GPS 버전 기준 53만9000원)보다 비싸다. 중저가 스마트폰 1~2대 가격과 맞먹는다.
일반적으로 고가인 프리미엄 헤드폰 가운데서도 초고가다. 에어팟 맥스의 경쟁작인 소니와 보스는 물론 뱅앤올룹슨 같은 프리미엄 음향 브랜드 헤드폰 가운데서도 70만원을 넘는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40만원 안팎에서 구매 가능하다.
그럼에도 애플이 이같은 가격 전략을 취한 배경엔 웨어러블 제품 분야 수익성 확보가 자리잡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은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갈수록 늘어나며 판매에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이에 값비싼 스마트폰보다는 구매 접근성이 높은 웨어러블 기기 판매를 통한 활로를 모색해 나가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소리에 예민한 오디오 마니아들 가운데선 제품의 성능만 좋다면 가격과 상관없이 지갑을 여는 이들이 많다. 몇 년 전부터 음향 시장은 프리미엄 제품과 최저가 제품의 양극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국내 전체 음향기기시장 10% 감소할 때 프리미엄 브랜드는 30% 가량 성장했을 정도다.
애플의 TWS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점도 새로운 수요층 공략에 나선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애플의 올해 에어팟 판매량은 지난해(6100만대)보다 2000만대 이상 증가한 8200만대 수준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판매량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은 하락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무선이어폰 시장에서 에어팟의 점유율은 35%. 지난해 점유율이 50%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15%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삼성전자, 화웨이, 샤오미 등 경쟁업체들이 가성비 좋은 무선 이어폰을 잇따라 출시하며 시장 장악력이 줄어드는만큼 타깃 외연 확장에 나섰단 것이다.
한편 애플의 에어팟 맥스는 9일부터 판매에 돌입했다. 국내 시장 출시일은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