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사장 시절 “걔(피해자 김군)만 신경 썼으면…”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 거부하고 지인채용

김은혜 “文정부 국정철학, 공정·정의 기준 안맞아”

‘지인채용 논란’ 변창흠, 구의역 사고엔 “아무것도 아닌 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사장 시절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재직 시절 2016년 5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를 두고 “걔(피해자 김군)만 조금 신경 썼으면 사고 안 났을 것”이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또, SH 부채를 감축하는데 큰 기여를 한 마케팅 전문 계약직 직원들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취소하고 자신의 지인을 채용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SH공사 회의록을 인용해 변 후보자가 2016년 6월30일 개최된 건설안전사업본부 부장 회의에서 구의역 사고와 관련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며 김군 개인 과실로 일어났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변 후보자는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걔(김군)만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 이만큼 된 거잖아요. 이게 시정 전체를 다 흔드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총체적인 시스템 부실이 초래한 인재 참사를 두고 업체 직원이 실수로 사망한 것으로 치부하는 등 희생자를 모욕하는 발언을 한 것”이라며 “변 후보자의 SH사장 시절 행보와 구의역 김군 관련 시각은 문재인 정부가 표방했던 국정철학과 궤를 달리할 뿐 아니라 국민 정서에도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지인채용 논란’ 변창흠, 구의역 사고엔 “아무것도 아닌 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연합]

김 의원은 또, 근로자 지위확인 청구(소송) 판결문을 인용해 변 후보자가 SH사장 시절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거부하고 자신의 지인을 전문가 직종으로 채용했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변 후보자가 SH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 SH는 2013년 1월31일 기준 부채가 12조9835억원에 달했다. 이에 SH는 마케팅 조직을 강화해 택지를 매각하고 이를 통해 부채를 감축하기로 했다.

SH는 ‘실적이 우수한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마케팅 전문가 채용공고를 냈고, 이후 7명의 마케팅 전문가를 채용했다. 이들 중 2명은 네 차례 판매왕으로 선정되는 등 SH 내에서도 우수 사원으로 꼽혔으며, 연이은 매각 활동을 통해 2014년 4월 기준 SH의 부채는 10조3000억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변 후보자는 2015년 3월6일 서울시 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마케팅 쪽에서는 엄청난 역할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무기계약직 전환에 대해서는 “지금 현재는 여력이 거의 없다”고 사실상 거부하는 태도를 보였다.

결국 변 후보자는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무기계약직 전환이 아닌 비서나 홍보지원 등의 사무지원원으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이에 7명의 비정규직 중 2명은 전환을 거부하고 소송에 돌입했고, 2017년 2월 대법원은 비정규직들의 손을 들어줬다.

비슷한 시기에 SH는 2015년 6월 이들을 사무지원원으로 전환과 계약해지를 진행하면서 새롭게 전문가 채용 공고를 올렸다. 당시 채용공고를 통해 변 후보자의 세종대학교 제자가 2015년 7월 채용됐다.

김 의원은 “정규직과 일은 동등하게 하면서도 처우는 부당한 비정규직 문제는 공기업·부처의 수장으로서 자질과 도덕성에 직결되는 문제”라며 “약자인 비정규직 청년들에 대해 변 후보자가 공정과 정의를 져버린 사례를 유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