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억대 연봉 운동선수 A씨는 몇 달 전부터 자전거로 배달 ‘부업’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가 취소되고, 훈련이 멈추는 일이 잦아지며 할일 없이 집에서 노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배달 자전거는 평소 운동할 때 타고 다니던 1000만원짜리 자전거.
배달에 나섰다 바퀴가 터지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도 겪었지만, A씨는 배달 일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어차피 자전거 타고 다닐 거, 목적없이 다니는 것보단 운동도 하고 용돈도 벌어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업이 아닌 부업으로 배달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먹고사는 데는 전혀 지장없는 ‘고수익자’도 있다. 돈도 벌면서 취미, 운동삼아 배달에 뛰어든다.
16일 배달의민족(배민) 따르면 지난해까지 배달 아르바이트 ‘배민 커텍트’에 등록한 이들만 5만여명에 달한다.
배민커넥트는 주업이 배달인 전업 라이더들과 달리 ‘내가 원할 때 원하는 시간만큼 배달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아르바이트다. 만 19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오토바이가 없어도 자신의 자동차는 물론 도보나 자전거를 이용해 배달할 수 있다. 비슷한 예로 쿠팡 플렉스, 바로고 등이 있다.
남는 시간을 이용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일감을 배정받으면 이를 전달하고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시간당 평균 수입이 1만5000원으로 제법 ‘쏠쏠하다’.
그러다보니 코로나19로 생계에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 뿐아니라 최근엔 자신의 수입과 무관하게 배달일을 시작한 이들도 적지 않다.
억대 연봉을 받는 프로 운동선수 A씨 외에도 대기업 직장인이나 억대 매출의 자영업자, 심지어 건물주도 있다. 송파구의 한 건물에서 가게를 시작한 B씨는 “상가 임대 계약을 위해 건물주와 약속을 잡았는데, 일이 늦어져 약속 시간에 늦는다는 건물주가 배달 가방을 실은 오토바이를 몰고 나타났다”며 “송파구에 건물 몇 채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 들었는데 돈도 많으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이들 외에도 ‘운동할 겸 배민 라이더스를 해봤다’는 인증글이 드물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들은 “코로나19로 집에만 갇혀지내느니 운동도 하고, 용돈도 벌어보자는 생각에 시작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한다.
하지만 배달업계 관계자들은 “배달업을 쉽게 봐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각종 사건, 사고가 도사리고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온라인 상에도 배달이 익숙하지 않은 ‘초보 라이더’가 음식을 잘못 픽업하거나 늑장 배달을 했다는 경험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배달업계 관계자 “배달업 특성상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고, 모르는 사람의 집을 방문해야해 범죄에 노출될 수도 있다”며 “취미로 하기에는 애로점이 많다. 항상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