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중 얻은 정보→투기 활용’ 입증 관건
처벌수위 강화 등 재발 방지책 이어져
앞서 투기한 직원 소급적용 어려워 한계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이후 정치인·공무원 등에 대한 추가 제보가 쏟아지며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정부는 줄곧 ‘투기와의 전쟁’을 외치며 강경 조치에 나섰지만, 정작 공공기관의 투기에 대해서는 허술한 통제 시스템을 뒀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정부와 정치권은 부랴부랴 재발방지 방안 마련에 나선 상태다.
‘업무서 얻은 투기정보 이용했나’ 핵심…입증 쉽지 않아
6일 정부에 따르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사실이 확인된 LH 직원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 법률은 공공주택특별법과 부패방지법, 공직자윤리법 등이다.
현행 공공주택특별법은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죄는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경우’에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한다. 이 법에 따라 재산상 이익에 대한 몰수 또는 추징도 이뤄질 수 있다. 공직자윤리법 역시 이해충돌 방지 의무를 통해 ‘재직 중 취득한 정보를 부당하게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타인으로 하여금 부당하게 사용하게 해선 안 된다’고 적시했다.
여기서 관건은 업무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투기에 활용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판단 등으로 토지를 매입했다고 발뺌하면 처벌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단 국토부와 LH가 지난 3일 발표한 자체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법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은 3기 신도시 지정 지역인 광명·시흥 사업본부 근무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투기로 얻는 시세차익에 비해 처벌 수위가 적정한지를 두고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몰수·추징 조항이 있으나 벌금은 5000만~7000만원 수준이다.
‘처벌강화’ 법안 쏟아지는데…이미 투기했으면 소급적용 안돼
이렇다 보니 법 개정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직자가 업무 중 알게 된 정보로 이익을 취한 데 따른 처벌을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취득한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몰수·추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정보 누설 시 1년 이상의 징역과 3~5배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의 같은 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은 투기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벌금을 금융 범죄(이익의 3~5배)에 준하도록 상향하는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정부도 처벌 대상이나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공공기관별로 인사규정 등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예규를 변경해 즉시 시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다만, 이번 의혹이 제기된 직원들에게는 개정 법안 등을 소급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도 분명하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지난 4일 브리핑에서 “사안에 따라서 법령에서 정한 합당한 처벌이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각 기관별로 직무·윤리규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
애초에 내부 정보를 이용한 땅 투기 의혹에 휘말리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는 담당 공직자의 실거주 목적이 아닌 부동산 거래를 제한하고 거래 시 반드시 신고하도록 의무화하는 한편, 업무 담당자가 아니더라도 미공개 중요 정보를 편취해 토지거래에 이용한 자에 대한 처벌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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