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종부세 부과기준 현행 공시가격 9억→상위 2%로
부과 대상 여부 해마다 달라져, 고지서 받아봐야 알 수 있어
부과 기준인 공시가격 정부가 좌지우지하는 것도 문제
2% 미만 주택 가격 상승 부채질 역효과도
[헤럴드경제=최정호·양영경 기자] 종합부동산세가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을 대상으로 한 세금에서 ‘상위 2%’를 위한 세금으로 바뀐다. 대선을 9개월 여 앞둔 여당이 부동산 정책 실패와 증세에 대한 국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종부세의 대대적인 손질에 나선 결과다.
하지만 조세법률주의라는 헌법상 대원칙을 위반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또 상위 2%라는 기준이 노골적인 정치 편가르기라는 비판도 더해졌다. 일각에서는 시장에서 2% 이하 아파트 가격을 기준점까지 끌어올리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21일 더불어민주당은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과 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9억원에서 상위 2%로 변경하고 입법에 착수하기로 했다. 오는 11월 종부세 고지서 부과 전까지 새 법안을 확정, 당초 52만5000가구에 발부될 예정이던 납부자 숫자를 28만4100가구까지 줄인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부과 대상을 절대적인 금액에서 상대적인 상위 2%로 바꾸면서 조세법률주의라는 헌법 정신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세금의 부과 기준과 정도를 법으로 명확하게 정의, 정부의 자의적인 증세를 막고 국민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이 훼손된다는 비판이다. 헌법은 59조에서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부과 대상 여부 자체가 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매년 바뀌는 불안정성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실제 종부세의 기준을 정하고 고지해야하는 기획재정부도 곤혹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여당이 밀어붙이지만, 영향에 대해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고 또 세수 변화 추계조차 쉽지 않다는 불만의 목소리다.
올해의 경우 공시가격 12억원이 넘는 주택은 상위 1.9%에 해당한다. 자신의 집이 공시가격 11억원 후반대인 사람은 6월 대상자 확정 발표 전까지는 종부세를 내야할 지 말아야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올해는 납부 대상에서 아슬아슬하게 빠졌지만, 내년에는 어떻게 될 지 확신할 수 없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이나 제도는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6월이 되기 전까지 종부세 대상자는 자기가 해당 대상인지 모르게 된다”며 “예상을 안하고 있다가 정부의 판단으로 세금을 맞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시가격 산정 과정에 정부의 입김이 크게 들어가는 점도 문제다. 실제 정부는 현실화율을 90%까지 끌어올린다는 자체 목표 아래, 매년 공시가격을 실제 시장가격 상승폭 이상으로 상향 조정 중이다. 납부 대상이 1.9%와 많게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종부세 납부에서 빠질 2.1%가 정부 손에서 매년 엎치락 뒤치락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은형 대한걸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당초 종부세는 상위 1% 대상이였는데 지금은 왜 2%인지에 대한 근거도 불충분한 상황”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의 자의적인 법적 잣대가 가져올 위험성을 경고했다.
심지어 부부 공동명의의 경우 어떻게 할 지 기준조차 불명확하다. 현재는 공동명의로 1주택을 보유한 부부는 각각 6억원씩 공제를 받아 총 12억원까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부부 공동명의 주택을 상위 2%에 포함할지, 별도 계산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 같은 종부세의 불안정성과 변동성은 시장에도 큰 혼란으로 다가올 수 있다. 주택 거래시 종부세 부과 여부를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매수자는 예상치 못한 추가 지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부과 대상에 살짝 못미치는 주택의 경우 2%가 일종의 가격 가이드라인으로 작동, 집값을 끌어올리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이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종부세 적용 시장과 그렇지 않은 시장으로 주택시장이 양분화될 것”이라며 “적용되지 않는 경계선 주택 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또 전세도 같은 추세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