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비과세 기준 12억원 상향에도
양도차익에 따른 장기보유공제 축소로
고가주택 장기보유자 세 부담은 늘듯
매물잠김 등 시장 혼란 야기 가능성도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정부가 시키는 대로 집 한 채 사서 오래 살아온 1주택자에게 이러면 안 되죠. 오른 집값에 보유세 부담은 늘었고 내 집만 오른 게 아니라 갈아타기도 힘들어졌는데 장기보유공제혜택까지 줄인다니요. 장기보유했을 때 세금폭탄을 맞는 게 공정한가요” (한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여당이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기로 했지만 동시에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양도차익에 비례해 줄이기로 하면서 반쪽짜리 양도세 완화 조치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등지의 9억~12억원대 주택 보유자 일부가 혜택을 보겠으나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주택가격이 12억원에 키 맞춤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고가주택은 매물 잠김 현상이 심해지는 등 시장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8일 의원총회에서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12억원으로 조정하기로 당론을 확정하고 양도차익에 따라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현행세법에 따르면 1가구 1주택자는 2년 이상 거주한 경우 보유·거주 기간에 따라 최대 80%까지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다. 민주당은 이 비율을 양도차익 규모에 따라 ▷5억원 이하 최대 80%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최대 70% ▷10억원 초과~20억원 이하 최대 60% ▷20억원 초과 최대 50%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양도세 비과세 기준 상향을 두고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일자 ‘형평 과세’를 앞세워 양도차익이 큰 장기보유 주택에 대한 세 부담을 늘린 것이다. 1주택자라도 고가주택에 거주할 경우 사실상의 양도세 중과 조치를 적용받게 되는 셈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비과세 기준이 높아지더라도 장기보유 세제혜택이 줄었기 때문에 고가주택 보유자는 세금이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며 “아파트값이 급등해 이 구간에 해당하는 이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 세무사가 헤럴드경제의 의뢰로 민주당 안 적용 시 양도세액을 시뮬레이션(모의계산)한 결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93㎡를 10년간 보유·거주한 1주택자가 아파트를 팔 때 내야 하는 양도세는 7676만원에서 1억5246만원으로 98.6% 증가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한 양도차익은 16억5000만원으로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이 80%에서 60%로 줄어든다. 비과세 기준 상향으로 과세 대상액이 1억5469만원 줄지만 장기보유특별공제율 하향으로 공제액이 3억3000만원 줄면서 양도세가 증가하는 것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결국 양도차익이 일정 금액 이상 되면 장기보유 감면을 없애자는 건데 아무리 가진 자에게 세금을 중과하겠다지만 1가구 1주택자에게까지 세금을 높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을 시행하기 전까지는 갈아타기 수요가 매물로 나올 수 있겠지만 결국 매물 잠김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양도세 부담으로 다주택자는 물론 장기보유 1주택자도 집을 팔고 이사갈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개편으로 양도세 완화 효과를 누리는 9억~12억원의 주택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은 집주인이 갈아타기를 위해 집을 팔고 무주택자들이 이를 사들이며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