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국내 원윳값 72% 껑충

EU·美 각19.6·11.8% 인상 그쳐

소비자 “韓우유 세계서 가장 비싸”

생산비 연동 인상체계 개편 착수

소비량 줄었는데 가격은 인상? 정부, 우윳값 결정구조 대수술
농림축산식품부 박영범(가운데) 차관과 김인중(왼쪽) 식품산업정책실장이 25일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낙농산업 발전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소비량 줄었는데 가격은 인상? 정부, 우윳값 결정구조 대수술

정부가 올해안으로 소비가 줄어도 오르는 우윳값 결정구조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키로 했다. 우유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낙농업계에 원유(原乳) 가격 결정체계 개편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우유 소비량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가격이 오르는 모순을 더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우윳값이 인상될 경우 치즈 같은 유제품, 커피, 제과·제빵 등 먹거리 가격의 줄인상 도미노 현상이 수반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박영범 차관은 전날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낙농산업의 중장기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낙농산업 발전위원회’ 1차 회의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인중 식품산업정책실장, 김태경 기획재정부 민생경제정책관, 최희종 낙농진흥회장, 김천주 한국여성소비자연합회장, 윤성식 연세대 교수,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 이창범 한국유가공협회장 등 정부·협회·학계·업계·시민단체 관계자 17명이 참석했다.

이날 위원회는 전문가 연구용역 등을 거쳐 원유 가격 결정체계 개편을 포함한 제도 개선 방안을 올해 말까지 마련키로 했다. 현재 원유 가격은 정부, 소비자, 낙농업계 등이 참여하는 낙농진흥회에서 결정되는데 생산비 연동제가 적용된다. 이는 생산비 상승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 구조로, 수요 변화 등과는 상관없이 원유 가격을 계속 끌어올린다는 지적을 받는다.

진흥회는 이달부터 원유 가격을 ℓ당 947원으로 21원 인상하기로 한 상태다. 정부는 원유 가격 인상 유예를 요청했지만, 낙농업계가 인상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1년간 진흥회 논의를 통해 원유 가격 결정체계 등 제도 개선을 추진했지만, 논의에 진전이 없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주도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이다. 생산비 연동제로 결정되는 원유 가격은 시장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 동안 국내 원유 가격은 72.2% 올랐지만, 유럽(EU)과 미국의 인상률은 각각 19.6%, 11.8%에 그쳤다.

박범수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지난 20년간 낙농가수와 사육두수는 감소한 반면, 원유가격 인상과 젖소의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음용유 과잉 상황에서도 농가의 소득은 증가했지만 국산 원유의 경쟁력은 점차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진행 상황을 볼 때 지속 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시급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천주 여성소비자연합회장은 “우리나라 소비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유를 먹고 있다”면서 “어떻게 하면 기초식품인 우유의 가격을 개선할 것인지 고민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영범 차관은 “정부 주도의 제도개선 논의와 이에 맞춘 중장기 산업발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배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