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출규제 여파로 매수심리 위축
거래 줄자 매물 쌓이며 가격 상승세 둔화
현장 분위기 차갑지만…높은 호가는 여전
전문가들 “추세 전환 판단하긴 아직 일러”
다만 전반적 위축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듯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관측된다. 올해 들어 거래절벽 현상이 계속돼온 가운데 최근 정부의 대출규제 여파로 매수심리가 쪼그라들면서 이달 들어서는 거래가 뚝 끊긴 모양새다.
거래가 줄면서 매물은 쌓였고 매수세가 붙지 않자 가격 상승률도 보폭을 좁혔다.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서울 집값이 조정 국면에 돌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추세 전환을 언급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정부가 가계대출 조이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고하고 있어 당분간 분위기 반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7% 상승했다.
지난 8월 이후 줄곧 0.2%가 넘는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달 마지막 주 0.19%로 내려앉았고 2주 뒤에는 0.17%로 오름폭을 더 좁혔다. 올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상승률이지만 급등세는 다소 사그라들었다고 부동산원은 분석한다.
이처럼 서울 집값 상승률이 축소된 것은 매수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 금융당국의 돈줄 죄기로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지난 18일 기준 86.1까지 하락했다. 올해 3월 이후 꾸준히 상승해온 이 지수는 8월 셋째 주 112.3을 기록한 뒤 내림세로 전환됐고 이달 첫째 주 96.9로 100선 아래로 떨어졌다.
매수자가 자취를 감추면서 거래량은 줄었고 매물은 늘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는 3000건 미만으로 올해 들어 가장 적었고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 22일을 기준으로 한 달 전보다 15.8%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매물 증가는 서울 아파트 시장이 올 하반기 극심한 매물 잠김 현상을 겪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두드러지는 변화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 자료를 분석해 보면 매수우위지수가 100선 아래로 떨어진 10월 초를 기점으로 누적 매물은 증가세로 돌아섰다.
실제 일선 중개업계가 전하는 현장의 분위기는 차가웠다. 도봉구 창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추석 연휴 이후부터 매수 문의가 급격히 줄더니 이번 주엔 손님이 거의 없었다”면서 “아무래도 주택담보대출이 막히다 보니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통계 지표상으로는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 ‘매수자 우위의 시장’으로 바뀌었지만 현장에선 매수자가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높은 호가가 유지되고 있어서다. 마포구 아현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급매물이 나오면 연락해달라는 매수자가 여럿 있지만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추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되며 상승세가 둔화되는 등 한풀 꺾인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여경희 부동산R114 선임연구원은 “대출 규제, 금리인상 불안 등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되며 이달 들어서는 거래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실수요의 매수심리 위축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수요 관망과 거래 감소, 가격 상승속도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가격 상승요인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아 추세 전환이나 하락 진입으로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앞으로도 대출규제 강화는 시장 흐름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