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10월 누적 상승폭 12.94%
2000년 연간 상승폭 이미 앞질러
8만9129건 거래…아파트거래량 추월
“빌라 수요 늘어날 가능성 커”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올해 서울 빌라(연립·다세대) 가격이 2007년 이후 가장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량은 아파트를 훌쩍 넘어섰다.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내놓은 ‘10월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 1~10월 서울 빌라 가격은 12.94% 뛰어, 이미 지난해 연간 상승폭(10.25%)을 넘어섰다. 이는 연간 기준 26.27%나 폭등했던 2007년 이후 14년 이내 가장 많이 오른 것이다.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는 부동산원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된 모든 아파트, 빌라 등 공동주택 실거래가를 ‘계약일’ 기준으로 집계해 작성한다. 계약 이후 30일 이내 신고해야 하므로 11월 실거래 변동률은 아직 신고하지 않은 건이 있어 잠정치로 발표한다.
월간 기준 서울 빌라 가격은 올 4월 1.57% 변동률을 기록하면서 1%대로 올라선 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다가 8월(0.88%) 잠시 주춤하더니 9월 1.85%, 10월 1.48% 등 월간 기준 1% 이상의 높은 상승 분위기를 이어오고 있다.
빌라는 거래량도 역대급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서울 빌라 거래는 5776건으로, 아파트(4316건)보다 1460건 많다. 월간 빌라 거래가 아파트보다 많아진 건 올 4월부터다. 3월 6925건에서 4월 1만4788건으로, 두 배 이상 폭증했다. 같은 시기 아파트는 8336건에서 1만1709건으로 늘어났다.
빌라는 이후에도 5월 1만3110건, 6월 1만621건, 7월 1만1399건 등 1만건 이상 거래량을 유지하다가 정부의 대출 규제로 전반적인 주택시장 거래 침체가 시작된 8월 이후 거래가 감소하는 추세다.
그런데도 올 1~10월 누계치로 빌라 거래량은 아파트를 앞섰다. 올해 아파트가 8만4280건 거래될 때 빌라는 8만9129건 계약이 성사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빌라는 아파트의 대체제로 아파트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거나 대출 규제 등으로 매수하기 어려우면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며 “올해는 2007~2008년처럼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면서 실수요자들이 대체 수단으로 많이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분간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고, 시세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에 빌라 수요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편 빌라값이 1~10월 역대급 상승세를 기록한 건 전국적인 현상이다. 올 1~10월 수도권(서울·경기·인천) 빌라 실거래가 변동률은 10.48%로, 작년 한 해(6.72%)보다 높고, 2007년(33.27%)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전국 기준으로도 올해 빌라는 9.96% 뛰어 2000년 연간 상승폭(6.65%)을 넘어섰고, 2007년(28.55%) 이후 가장 많이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