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피터 베닝크 CEO, 화성시-에인트호번 자매결연 추진 의사
에인트호번은 ASML·NXP 등 글로벌 반도체 선두기업 집결지
“도시간 협력 강화시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기업에 긍정적”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찾았던 글로벌 반도체 ‘슈퍼乙’ 기업 ASML이 삼성 반도체 핵심 기지인 화성시에 ‘자매결연’을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ASML의 본사인 네덜란드 에인트호번과 삼성 반도체 주력 생산거점인 경기도 화성시가 도시 간 협력관계를 구축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칩 위탁생산) 1위 목표달성을 위해 필수 기업인 ASML과 파트너십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근 방한했던 피터 베닝크 ASML CEO는 지난 4일 화성시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반도체산업을 매개로 경기도 화성시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의 자매결연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인트호번은 ASML의 본사가 있는 지역으로, 지난 2020년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 회사와 차세대 반도체 기술개발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방문했던 곳이다. ASML뿐 아니라 삼성전자 인수·합병(M&A) 후보군으로 업계에서 주요하게 거론되는 글로벌 차량 반도체 1위 기업 NXP의 본사 역시 이곳에 있다.
서철모 화성시장 역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요 반도체기업들이 모인 화성시와 에인트호번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며, 베닝크 CEO의 요구에 적극적인 협력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에인트호번 지방정부와 ASML 간 조율이 완료되면 삼성전자와 ASML은 단순 거래관계를 넘어 두 도시 간 반도체사업 협력과 교류 등의 주축 기업으로 부상하게 될 전망이다.
앞서 ASML은 2024년 준공을 목표로 2400억원을 투자해 화성 동탄2신도시 1만6000㎡ 부지에 첨단 클러스터를 조성키로 했다. 이곳엔 ASML의 극자외선(EUV)·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엔지니어를 위한 트레이닝센터와 제조센터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산업통상자원부·경기도·화성시 등과 투자협약도 체결한 바 있다.
해당 클러스터 조성에 맞춰 화성시는 반도체 인재 육성을 위해 카이스트와 손잡고 올해 7월 개관을 목표로 ‘카이스트-화성 사이언스 허브’를 구축 중이다. 최근 만남에서 베닝크 CEO는 이 같은 화성시의 인재 육성방안에 감사를 표하고, 2024년 준공 이후 화성시민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1000명 이상의 인력을 채용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ASML은 글로벌 반도체장비시장에서 ‘갑’(고객사)보다 힘이 세다는 뜻에서 ‘슈퍼 을(乙)’로 불린다.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 장비로 꼽히는 EUV 노광장비의 전 세계 유일 생산업체이기 때문이다. 노광공정은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공정을 뜻한다. 웨이퍼 위에 빛으로 패턴을 그려넣는데 공정이 미세할수록 설계 정밀도가 높아진다.
ASML의 EUV 노광장비는 한 대에 2000억원을 호가하는 초고가지만 글로벌 제조사들은 장비 확보를 위해 애쓰고 있다. 최근 인텔은 미국과 유럽 등에 대대적인 시설투자를 발표한 후 팻 겔싱어 CEO가 베닝크 CEO에게 직접 전화해 장비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물론이고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도 장비를 사기 위해 줄을 선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ASML의 본고장과 화성시의 우호적인 관계가 삼성전자의 초정밀 공정을 위해 필요한 EUV 노광장비 공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지난 5일 저녁 출국한 베닝크 CEO는 방한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고객사의 경영진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