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운전 했다”는데…10중 추돌사고 낸 버스기사 무죄, 왜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서울 시내에서 10중 추돌사고를 낸 뒤 졸음운전을 했다고 자백했던 버스 운전기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0단독 문경훈 판사는 최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버스기사 A(60)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3월 26일 오후 6시쯤 시내에서 승용차 2대와 화물차 1대를 들이받은 뒤 중앙선을 넘어 인도로 돌진, 전신주와 인근 대학교 담장 등을 들이받았다. 버스가 충돌한 차들은 충격으로 다른 차량 5대를 연이어 들이받는 등 연쇄 추돌사고를 냈고, 총 10대가 1억5846만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A씨는 사고 당일 경찰 조사에서 졸음운전을 했다고 진술했고,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전방 주시를 태만히 하고 제동장치를 제대로 조직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인이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해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급발진 등 차량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같은 선고 배경에는 A씨가 졸음운전을 한 게 아니라 급발진 정황이 있었던 것이라는 진술 번복이있었다.

실제로 A씨는 사고 다음 날 회사에 제출한 사고기록서에서 “RPM(엔진 회전수)이 올라가면서 브레이크가 듣지 않았는데 회사 생각을 해서 일단 졸음운전을 했다고 말했다”고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진 경찰 조사에서는 “차량 정비 불량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진술하면 회사나 정비사에게 문제가 될까 봐 거짓 진술했다”면서 “졸음운전으로 회사에서 잘리고 운전면허가 취소되니까 솔직히 진술한다”고 털어놨다.

재판부는 A씨가 과거 운전면허 관련 행정 처분을 받은 적이 없는 점, 인지기능 검사에서 정상 소견을 받은 점 등을 근거로 차량 급발진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처음 차량 후미를 충격하고 약 20초간 약 200m를 질주하면서 연쇄 추돌을 일으키는 동안 비상등을 미리 작동하면서 제동장치를 조작하지 않고 계속 가속 페달을 밟았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급발진으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