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자동차부터 소고기까지 다양한 탄소 배출원이 지구 온난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숫자를 놓고 보면 ‘제조’ 분야가 독보적인 주범이다. 시멘트, 철강, 플라스틱을 만들면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무려 31%를 차지한다.
특히, 제조업 중에도 제철 산업이 내뿜는 탄소가 가장 많다. 지난 2018년 탄소중립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철강’ 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우리나라 모든 산업 현장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39%를 차지해 그 비중이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과 비교해도 14%에 달한다.
그렇다면 국내 제철 기업들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국내 양대 제철사인 포스코, 현대제철이 최근 공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참고할 만하다. 이 보고서에는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기대주가 있다. 바로 ‘수소환원철’이다.
수소가 왜 철강 산업의 기대주로 등장했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철강 산업이 어떤 과정으로 탄소를 배출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강철을 만들려면 우선 순철(pure iron)과 탄소가 필요하다. 탄소는 석탄에서 얻을 수 있고, 철은 지구의 지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순철을 얻기는 쉽지 않다. 땅에서 캐내는 철광석은 순철과 산소가 결합된 상태(Fe2O3)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해 내야 하는데, 흔히 ‘고로’라고 불리는 용광로에 철광석과 코크스(석탄의 일종)를 넣어 섭씨 1500도 이상 고온에서 녹이는 것이 현재의 방식이다. 어려운 말로 풀면 ‘일산화탄소(CO2)를 ‘환원제’로 활용해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한다’고 할 수 있고, 화학식으로 풀면 ‘3CO + Fe2O3 → 2Fe + 3CO2’다.
여기서 일부 독자는 눈치챘을 것이다. 산소를 제거하는 과정에 이산화탄소(CO2)가 배출된다는 것을.
수소환원철은, 산소를 제거하는 환원제의 역할을 일산화탄소가 아닌 수소에게 맡기는 것이 핵심이다. 화학식으로는 ‘Fe2O3 + 3H2 → 2Fe + 3H2O’로 풀어쓸 수 있다. 순철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이 이산화탄소에서 물(H2O)로 바뀌는 혁신이다.
물론 수소환원철이 상용화되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수소 공급망이 보다 확충돼 산업용 수소의 단가가 충분히 낮아져야 한다.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하는 기술 자체도 아직은 개발 단계다.
또, 수소환원철 체제로 전환하면 제철소가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 전기가 2배 이상 늘어난다는 문제도 있다. 후공정에 필요한 전력을 자체 생산하는 역할까지 도맡아온 용광로(고로)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인프라가 갖춰지기 전까지는, 결국 어딘가에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며 생산된 전기를 기존보다 더 많이 쓰게 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이에 철강 업계는 수소를 활용해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시기를 2050년 전후로 내다보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2021 포스코 기업시민보고서’를 공개했는데, 이를 통해 수소환원철 관련 기술 개발을 향후 10~20년 내 마치고 고로 설비를 단계적으로 전환한 뒤 2050년까지는 수소환원철을 상용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포스코는 “수소환원철을 이용한 철강의 탄소중립 전환은 그린수소와 전력의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공급을 전제로 한다”며 정부 지원이 필수적임을 시사했다.
현대제철 역시 이달 초 지속가능경영 목표와 성과를 담은 보고서 ‘비욘드 스틸’을 발간했는데, 여기서 수소환원철 사용 시기를 2030년 이후로 설정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발맞춰 수소 기반 철강 생산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