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해외여행 막혀 시작된 프리미엄혼수

봉쇄 풀리고 경기침체 국면 접어들며 변화

침대·소파·식탁·식기 등에 고급소비 집중

일상 밀착형 살림에 집중…혼수 고급화 ‘차등소비’로 변모
에이스침대의 ‘루체-III’(왼쪽부터)와 신세계까사의 ‘캄포 베드’, 로얄코펜하겐의 ‘블루 하프 레이스’ 한식기 웨딩 세트. 올해는 혼수시장에서도 고급화 하려는 품목과 알뜰소비 하는 것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각 사 제공]

지난해까지 고급화 일색이었던 혼수시장 트렌드가 올해 코로나19 봉쇄가 풀리고 경기침체 국면을 맞으며 ‘차등소비’로 변하고 있다. 공격적 보상소비 형태였던 ‘보복소비’를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침대와 소파, 식탁 등 일상생활에 밀접한 ‘필요템’(꼭 필요한 물건)은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한다. 그 외 제품은 가성비를 앞세운 알뜰소비로 돌아선 것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신혼 가구시장에서 침대, 소파, 식탁 등 ‘빅3’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65%에서 80%로 올라왔다. 일상과 밀접한 침대, 소파 등의 주요 품목에 대해 집중 소비하는 경향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혼수에 ‘선택과 집중’하면서 그 중요성이 커진 1순위 품목은 침대. 침대는 프리미엄이나 거거익선(巨巨益善·크면 클 수록 좋은) 트렌드가 뚜렷했다. 에이스침대가 올해 상반기 예비부부를 위한 프로모션인 웨딩멤버스의 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고객 중 최고급형 라인을 선택한 이들이 50% 이상이었다. 킹 사이즈 구매비율도 65%를 넘었다. 스트레스로 인해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 고가 매트리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업계는 전했다.

최근 한샘이 ‘포시즌’ 매트리스 브랜드를 강화한 것이나 현대리바트의 모기업인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누스를 인수한 것 등도 ‘슬리포노믹스’(수면 관련 시장)를 겨냥한 행보로 해석된다. 안마의자 업체 바디프랜드나 대명소노시즌 등 본업이 침대가 아니었던 기업도 매트리스에 힘을 쏟는다.

보통 신혼가구를 선택할 땐 침대 및 침실가구를 먼저 고른다. 이후 소파 및 거실가구, 식탁, 수납장 등의 순서로 택한다. 침실 인테리어가 최우선 순위가 되면서 신세계까사도 대표 라인인 ‘캄포’의 범위를 침실로 넓혔다. 캄포는 프리미엄 소파 브랜드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12% 신장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올해는 ‘캄포 베드’와 기능성 침구 ‘캄포 슬립’까지 출시했다. 거실가구 뿐 아니라 전반적인 프리미엄 브랜드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혼수 중 프리미엄 트렌드가 남아 있는 품목은 몸에 많이 닿거나 자주 이용하는 것들, 눈에 잘 띄는 것들이다. 식기도 고급화 소비가 여전한 품목이다. 이를 감안해 로얄코펜하겐은 한식기 콜렉션 위주로 구성한 ‘로얄웨딩 에디션’을 한정 수량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로얄웨딩 에디션은 최상위 라인인 ‘블루 풀 레이스’, 디너웨어 라인인 ‘블루 플레인’ 등 4가지 라인에서 다양하게 구성한 신혼 전용 상품이다. 이달 초에는 블루 풀 레이스에서 밥그릇과 국그릇 등 한식기 2종을 새로 출시하기도 했다.

혼수시장이 프리미엄 일색에서 차별적 고급화로 변모하게 된 요인에는 코로나19 봉쇄 완화와 더불어 경기침체가 꼽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로나19로 인해 집객이 어려워지면서 예식 규모도 크게 줄고, 해외여행도 어려워 혼수에 경제력을 집중하는 추세가 뚜렷했다.

반면 올해는 예식 진행에도 어려움이 없고, 해외여행도 가능해졌다. 예식과 신혼여행에 들이는 비용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혼수에 들일 여력은 줄어든 셈. 여기에 잇딴 가격인상 이슈나 경기침체로 인해 지난해와 같은 보복소비는 사라졌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은 꼭 필요한 아이템은 비싼 것을 찾더라도 나머지 용품은 보다 저렴하게 구매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차등소비가 보복소비를 대신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도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