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 위주로만 거래되며 실거래가 하락 뚜렷

큰 평형이 작은 평형보다 저렴하게 거래되기도

“거래절벽 해소 안 돼…당분간 관망세 이어질 것”

“30평대가 20평대보다 쌉니다”…거래가뭄이 낳은 단지 내 매매가 역전 [부동산360]
경기 고양 일산 아파트 전경.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집값 하락이 본격화되면서 동일 단지 내 큰 평형 아파트가 작은 평형 아파트보다 저렴하게 거래되는 매매가 역전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가파른 금리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주택가격 고점 인식 등으로 매수심리가 고꾸라진 가운데 급매물 위주로만 드문드문 거래가 이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두 건의 급락한 실거래가가 시세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전반적인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화성시 목동 힐스테이트동탄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9일 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평형 아파트는 지난해 9월 최고 9억65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3억원 이상 내린 2020년 초 가격 수준까지 떨어졌다.

특히 해당 물건은 한 달 전인 7월 23일 손바뀜된 전용 74㎡의 매매가(6억8500만원)보다도 3500만원 낮게 거래됐다. 매도가 급한 집주인이 호가를 내려 집을 내놓다 보니 작은 주택형보다도 저렴하게 거래된 것이다.

비슷한 단지 내 매매가 역전 사례는 평택과 김포, 의왕, 의정부 등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평택시 죽백동 평택소사벌중흥S클래스 전용 84㎡는 지난달 20일 4억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전달인 7월 전용 75㎡가 4억2000만원과 4억4500만원에 두 차례 거래된 것과 비교해 최고 4500만원 낮은 가격에 체결됐다.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숲속마을4단지 전용 84㎡의 경우 지난 7월 9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는데 이는 2020년 12월 이후 최저가로 단지 내 더 작은 평형인 전용 74㎡의 올해 5월 매매가(10억원)보다 1억원 저렴했다.

극심한 거래절벽 속에서 급매물이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보니 규모별 가격차가 적은 수도권 외곽의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실거래가가 뒤집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한두 달 시차로 가격대가 뒤바뀌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동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거래량이 줄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전국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0만597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4% 줄었고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값은 한국부동산원 집계를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1월 이후 13년 7개월 만에 최대 폭인 0.51% 하락했다. 여기에 전국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2019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매수세까지 자취를 감추면서 시장에서는 시세보다 가격을 크게 낮춘 ‘급급매’만 겨우 팔리는 상황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급격한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영향으로 수요가 위축되며 매매거래가 사실상 실종된 분위기”라며 “시세 대비 정말 싼 ‘급급매’만 간간이 거래되는 만큼 작금의 하락세는 금리 인상 이슈와 맞물리며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는 급매물이 적체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연구원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의 주택 거래량이 더 줄어드는 추세인 만큼 최근 1~2년 사이 교통 호재 등을 기반으로 상승폭을 높였던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시세보다 저렴한 급매물이 지속적으로 출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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