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봉산 통과해 강남 대단지 아파트 모두 우회
‘양재천 통과안’은 주민 반발ㆍ사업성 탓 제외
국토부 “실시협약 전까지 가능성 열고 검토”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강남 최대 규모 노후 단지인 은마아파트 지하를 통과하며 안전 논란이 불거졌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노선을 두고 시공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이 국토교통부에 우회 노선안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거지를 최대한 우회해 대규모 단지 지하를 통과하지 않는 새로운 노선안이 제출되면서 국토부는 “노선이 확정되는 내년 실시협약 전까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8일 국토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약속했던 GTX-C 은마아파트 우회 노선안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최종 확정된 대안은 아니지만, 그간 국토부가 내세웠던 ‘주거지 통과 최소화’ 원칙과 주민 반발을 모두 고려한 대안으로, 원안에서 문제가 됐던 아파트 단지 지하 통과 문제에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제출된 대안에 따르면 새로 마련된 GTX-C 노선은 양재역을 지나 매봉산을 통과, 강남구 내 주요 아파트 단지를 우회한다. 소규모 아파트 단지의 정원 밑을 지나게 되지만, 아파트 건물 밑을 직접 지나지는 않아 비교적 안전 문제에서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유력한 우회안으로 거론됐던 양재천 통과 노선안의 경우,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인근 단지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며 채택되지 않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안 마련 과정에서 과거 한차례 제안이 이뤄졌던 양재천 통과안을 비롯해 여러 대안이 검토된 것으로 안다. 그러나 양재천 통과 대안의 경우 양재천과 인접한 개포동 아파트 단지들의 강한 우려 표명과 공사 구간이 길어진다는 지적이 있었고, 다른 대안 역시 다른 대단지 아파트를 지나간다는 문제점이 동일했다”라며 “최대한 주민 민원을 피할 수 있도록 우회안이 제시됐고, 기존 노선안에서 우려가 있었던 됐던 급커브 문제도 어느정도 해소되는 효과가 있었다”라고 했다.
대안을 제출받은 국토부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현대건설로부터 은마아파트를 우회하는 새로운 노선안 자료를 전달받았고, 아파트 단지를 통과하는 데 따른 주민들의 우려도 들었다”라며 “내년으로 예정된 GTX-C 실시협약이 이뤄지면 그 이후에는 사실상 노선을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실시협약 이전까지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노선 문제를 살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양주와 수원 사이 74.8㎞를 잇는 GTX-C는 지난해 6월 현대건설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노선이 은마아파트 바로 밑을 통과하는 탓에 안전 문제에 시달렸다. 1979년 준공돼 40년이 넘은 4424가구 대단지 지하를 통과해 건물 안전 문제가 불거진 데다가 은마아파트가 재건축을 앞두고 있어 간섭 문제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지난 7월 국토부와 현대건설,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3자 대화를 갖고 GTX-C 노선 우회 문제를 논의했고, 이 자리에서 현대건설은 은마아파트뿐만 아니라 주거지를 최대한 우회하는 새로운 노선안을 국토부에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GTX-C는 강남구간뿐만 아니라 강북의 창동역~도봉산역 구간의 지하화 논란도 함께 겪고 있다. 경원선 구간을 이용해 창동역을 지상에 짓겠다는 계획안을 두고 주민들이 “지하화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 국토부는 지하화 때는 환승 시간이 길어지는 데다가 추가로 6000억원이 넘는 공사비가 투입돼야 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