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아파트 3년전 가격으로 회귀
올해 아파트값 최대폭 하락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A씨와 그의 아내는 모두 세종에서 근무하는 30대 공무원이다. 2년 전 둘 다 세종으로 발령을 받자 그간 모은 돈에 양가 도움을 받아 5억원을 마련하고, 은행 대출 3억원을 더해 8억원짜리 ‘직주근접’ 아파트를 마련했다. 한때 아파트가 9억원 가까운 가격에 신고가 거래되며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자랑했지만 최근엔 잠이 안온다. 5억원대로 떨어져 은행대출을 안 받아도 살 수 있는 값이 된 것이다. 아직도 7년이나 상환 기간이 남았다. 부부 모두 예민해져 최근엔 싸움도 잦아졌다.
세종시 아파트값과 전셋값이 끝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연초 대비 아파트값 하락율이 전체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높은 수준인가 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실거래가가 3년 전인 2019년 말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세종시 새롬동 더샵힐스테이트(새뜸10단지) 전용 59㎡는 4억 9000만원(3층)에 거래됐다. 4억원대 가격은 2019년 말과 비슷한 수준이다. 2년 전인 2020년 8월만 해도 4건이 거래됐는데 조망에 따라 6억 5000만원~7억 5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그 뒤 2020년 12월 8억 2000만원(7층)에 신고가 거래된 것이 최근 4억원대로 급락한 것이다.
도담동 반도유보라(도램마을 11단지) 전용 84㎡도 지난 7월 4억 8000만원(27층)에 직거래됐는데 2년 전이 2021년 2월 8억 77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4억원 가량 떨어진 것이다.
통계상으로도 세종시 집값 하락은 단연 돋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둘째 주(12일 조사 기준)까지 세종시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7.11%, 전셋값은 10.24% 각각 떨어졌다. 매매·전세가 모두 전국 17개 시도와 규제지역을 통틀어 최대 하락 폭이다.
세종시는 불과 2년만 해도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행정수도를 이전해야 한다는 논의가 속도를 내자 투기 수요가 유입되면서 아파트값이 급등세를 탔다. 연간 집값 상승률이 44.9%로 전국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대통령 집무실·국회의사당 이전 등 각종 호재와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이 몰리면서 세종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러나 세종시 아파트는 작년 들어 가격 오름폭이 둔화되기 시작하더니 매매가는 같은 해 7월 넷째 주 이래 60주 연속, 전셋값은 11월 넷째 주 이후 43주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급등에 따른 집값 고점인식이 극에 달해 매수 심리가 얼어붙은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급급매를 앞에 크게 써붙여놔도 매수 문의 전화가 단 한통도 없다”며 “연내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 지역 추가 해제가 없는 한 지금의 집값 하락은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