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앞 다가온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범 시행 예정지 세종시 가보니

대다수 시민, 보증금 액수·반납처 몰라

점주도 불만, “매장 규모 고려해야”

전국 시행 시기 아직 미정

“소비자 편의 고려해 적용 범위 넓혀야”

[영상] 일회용 컵 보증금제, “도대체 얼만데? 어디에 반납해?” [지구, 뭐래?]
[시너지영상팀]

[헤럴드경제=김상수·최준선 기자] “아무래도 편의점에서 일회용 컵을 많이 쓰니, 편의점에 반납하면 되지 않을까요? 주민센터에 반납하면 되려나?”

세종시에서 만난 시민의 반응이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12월 2일)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우선 적용되는 지역은 세종시와 제주도다.

한 달 뒤부턴 일회용 컵을 쓸 때 매장에 보증금을 추가 지불해야 한다. 소비자로선 가격인상으로 오인될 수 있다. 그만큼 제도 이해와 참여가 중요한 정책이다. 헤럴드경제는 제도 시행 한 달여를 앞두고 세종시를 통해 일회용 컵 보증금제 준비 현황 등을 점검했다.

“1000원 밑이라고요? 500원? 아님 100원?”

지난 24일 오후 세종시 나성동. 점심식사 이후 카페를 오가는 직장인과 주민을 만나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알고 있는지 물었다. 20~60대 남녀노소 20명에게 물어본 결과, 그중 절반가량은 보증금제의 대략적인 개념을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중에도 보증금 액수, 일회용 컵 반납장소 등을 모두 정확히 알고 있는 시민은 전무했다.

[영상] 일회용 컵 보증금제, “도대체 얼만데? 어디에 반납해?” [지구, 뭐래?]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난 24일 헤럴드경제는 제도가 시범 시행되는 세종시를 직접 찾아 준비 현황을 점검했다. [시너지영상팀]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카페 등에서 음료를 일회용 컵에 받을 때 음료값에 보증금 300원을 더 내고, 빈 컵을 반납할 때 이 돈을 돌려받게 한 제도다.

헤럴드경제가 직접 만난 세종시민 20여명 중 보증금으로 얼마를 내야 하는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300원’이라고 답한 이는 20대 여성 A씨 한 명뿐이었다. A씨 역시 일회용 컵 반납장소는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 소비자들은 ‘음료를 구매하고 보증금을 낸 곳과 같은 브랜드 매장’에서만 일회용컵을 반납할 수 있다.

A씨는 “300원이란 금액이 비싼 편이란 생각이 든다. (반납해서) 돌려받으려고 할 것 같다”며 “브랜드와 무관하게 제도가 적용되는 모든 브랜드에 일회용 컵을 반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소비자로선 편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2년 전 예고된 제도인데…좌충우돌 누더기된 보증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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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오전, 서울 은평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 브랜드 로고가 인쇄된 ‘비표준’ 일회용 컵이 진열돼 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적용을 받는 스타벅스는 현재 재활용률을 개선하기 위해 로고가 인쇄되지 않은 일회용 컵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비표준 용기 재고가 소진되는 대로 점진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최준선 기자

애초 정부는 보증금제 적용을 받는 매장이라면 브랜드와 무관하게 소비자가 반납할 수 있도록 원칙을 세웠다. A사 매장에서 구매한 일회용 컵을 B사 매장에서도 받아주는 식이다. 이른바 ‘교차 반납’이다.

이미 2년 전인 지난 2020년 6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을 개정하면서 예고했던 내용이고, 올해 초 정부가 제도 시행계획을 구체적으로 안내했을 당시에도 이 교차 반납을 명시했다.

하지만 제도 시행일인 6월 10일을 보름가량 앞두고 돌연 이를 연기했다. 이후엔 ▷전국이 아닌 제주도와 세종시에만 한정해 ▷같은 브랜드 매장에만 일회용 컵을 반납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축소 시행하기로 발표했다.

브랜드마다 일회용 컵 사용량이 현저히 차이가 나는데 사용량이 적은 브랜드 매장이 다른 매장의 폐기물 부담까지 떠안는 건 불합리하다는 업주 불만을 수용한 결과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편의보다 행정편의적 발상이란 지적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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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윤건영 의원이 이달 초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세종·제주시의 제도 시행 대상 프랜차이즈 매장 수’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브랜드는 모두 40개다. 하지만 이 중 15개는 세종에서 운영하고 있는 매장이 1개뿐이었다. 제주시는 47개 프랜차이즈가 제도 시행 대상인데 이 중 11곳은 매장이 제주 전역에 단 1개뿐이었다. 이처럼 매장을 1개만 갖고 있는 브랜드에서 커피를 구매했다면 해당 소비자는 보증금을 환급받기 위해 반드시 해당 매장을 다시 찾아야만 한다.

40대 남성 B씨는 “회사 옆 커피숍에서 커피를 사서 퇴근한다고 할 때 해당 브랜드가 집 근처에 없으면 다음날 출근길에 일회용 컵을 들고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매장들도 반발 여전…“형평성 어긋나”

매장 입장을 고려해 애초 계획보다 제도가 대폭 축소 시행되게 됐지만 정작 업주들도 만족스럽지 못한 분위기다. 제도 적용 대상을 ‘프랜차이즈’로 한정한 것도 막상 현장에선 불만이 터져나왔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적용 대상 매장은 ‘가맹점이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카페와 패스트푸드점, 제과점’ 등이다. 일회용 컵 회수 및 보증급 환급 여력이 있는가에 대한 판단을 전국적인 사업 규모로 따진 결과다.

이 같은 기준으론 프랜차이즈이지만 규모가 작은 매장은 보증금제 적용 대상이 되고, 프랜차이즈는 아니지만 대규모로 운영하는 매장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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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너지영상팀]

A브랜드 음료매장을 운영하는 이미선(54) 씨는 “소비자로선 아무래도 보증금은 안 내도 되는 카페를 찾지 않겠냐”며 “모든 매장에 보증금제를 적용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차별을 둘 거라면 그 기준은 프랜차이즈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개별 매장 규모가 얼마나 큰지를 봐야 한다”고 푸념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 관계자는 “프랜차이즈는 아니지만 규모 있게 운영되는 매장이 몇 곳이나 되는지, 일회용 컵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등 기초자료를 먼저 확보한 뒤 이를 토대로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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