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전세·월세 모두 가능합니다”…극심한 거래절벽에 ‘삼중매물’ 마저 등장 [부동산360]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소재 24평 아파트 매매·전세·월세 내놓습니다. 분양권 잔금 문제로 자금 융통이 급해 빠른 유형으로 처리하고자 내놓는 초급매 물건입니다. 입주 시기는 협의 가능하니 연락해주세요.” (한 부동산 온라인커뮤니티 거래 게시판에 올라온 글)

주택시장의 극심한 거래가뭄이 계속되면서 한 매물을 매매와 전세, 월세로 동시에 내놓는 이른바 ‘삼중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금융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자금 융통이 어려워진 집주인이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내놓은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통상 매수자를 구하다가 전세로, 전세 세입자를 구하다가 월세로 밀려나는 형태인데 월세의 경우 그나마 거래가 이뤄진다고는 하나 충분한 자금 확보에는 한계가 있어 어려움을 호소하는 모양새다.

29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서 매매와 전세, 월세를 동시에 구하는 매물이 늘고 있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 전용면적 59㎡의 한 매물은 현재 10억5000만원에 나와 있지만 전세나 반전세로도 거래가 가능하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2년 전 입주한 단지로 최근 중개시장에 거래유형별로 물건이 100개 이상씩 쌓여있다 보니 집주인으로서는 매도가 안 되면 임대로라도 일단 거래를 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삼중으로 나온 매물을 보면 대개 집주인의 자금 사정이 여의찮은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가격 추가 조정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매수자나 세입자를 급하게 구하고 있다고 현지 중개관계자들은 귀띔했다.

경기 평택시 동삭동 평택센트럴자이5단지 전용 84㎡의 한 물건도 매매와 전세, 반전세로 모두 나와 있다. 매매가는 5억5000만원, 전세가는 3억1000만원, 반전세의 경우 보증금 2억원에 임대료 40만원으로 제시돼 있으나 “네고(가격 협상·조정)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게 집주인의 입장이다.

이러한 ‘삼중매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주택 거래시장이 ‘절벽’을 넘어 ‘빙하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최악의 침체기를 겪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매매든 임대든 주택거래가 이뤄져야 자금난을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유동성 압박을 겪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를 내놨다는 A씨는 “금리가 오르면서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늘어만 가는데 몇 달째 집을 보러오는 사람이 거의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며 “매매든 전세든 빨리 계약한다는 분에게 맞춰 일단 거래를 해야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1주택자 중 대출이 많은 경우나 자기자본 비율이 낮은 다주택자처럼 금리 인상기 금융 리스크에 노출된 주택 소유자가 어떻게든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여러 형태로 집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매매가 안 되니 전세금을 받아 대출금 일부를 상환하거나 월세로 이자를 내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 단행으로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린 데다 연내 추가 인상이 유력한 상황이라 금융 부담을 느끼는 주택 소유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주택 거래시장에서의 공급자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함영진 랩장은 “최근 시장 전반에서 자금경색이 나타나는 상황을 고려하면 유동성 압박을 겪는 주택 소유자가 시장에 여러 형태로 매물을 내놓을 확률은 높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정부가 금융규제를 일부 완화한 만큼 거래심리가 일부 회복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최근 고금리 여파에 금융권 자금경색, 건설사 유동성 불안 등으로 주택시장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실수요자의 담보인정비율(LTV)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내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수요자를 옥죄던 대출규제를 본격적으로 완화하는 분위기”라며 “향후 부동산 침체에 대한 우려감이 안정될 수 있을지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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