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칼럼] ‘저탄소 육식’이라는 과제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축산업의 긴 그림자’ 보고서를 통해 축산업이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9%, 메탄의 37%, 아산화질소의 65%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지구 온실효과의 약 18%가 축산업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축산업에서 이처럼 많은 탄소배출이 일어나는 이유는 사육 과정에서 다량의 메탄가스가 배출되는 데다 가축에게 먹일 사료곡물 생산에 많은 농경지 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식량안보의 기준으로 삼는 곡물자급률에서도 사료용 곡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최근 환경·동물복지 등의 이유로 육류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 즉 비건(vegan) 인구가 늘고 있지만 세계 인구가 증가하면서 육류 소비는 해마다 증가 추세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와 FAO의 ‘2021~2030 농업 전망’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육류 생산량은 약 3억2800만t이며, 10년 후인 2030년까지 약 14% 늘어난 3억7300만t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성장도 육류소비 증가의 주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증가하면 동물단백질 소비가 늘어나는 소비 패턴을 보이기 때문이다. 2030년까지 육류 소비는 아프리카에서 30%,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17%, 라틴아메리카에서 12%, 북아메리카에서 9%, 유럽에서는 0.4%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민 1인당 육류 소비가 가장 많은 곳은 미국으로, 연간 100kg이 넘는다. 우리나라도 62kg으로, 세계 평균 33.7kg보다 훨씬 높다. 중국은 44kg으로, 미국보다 낮지만 소비 총량은 세계 최대이며 소비량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인당 육류 소비가 가장 적은 국가는 인도로, 연간 3.7kg 수준이지만 최근 경제성장에 힘입어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인도는 내년이면 중국을 제치고 인구 1위국이 될 것이 유력하기 때문에 인도의 육류 소비 증가는 세계 육류 소비 급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가축 중에서 소처럼 큰 동물, 이른바 대동물은 소동물에 비해 탄소발자국이 크다. 곡물 소비량도 많고 사육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도 많다. 소고기는 투입되는 곡물에 비해 생산되는 단백질량이 적은 편이다. 투입 사료 단백질 대비 생산 단백질을 계산하는 단백질 효율을 따져보면 가금류는 19.6%이지만 돼지고기는 8.5%로 떨어지고 소고기는 3.8%에 불과하다. 소고기는 단백질 kg당 탄소배출량이 평균 295kg으로, 돼지고기의 5.3배, 닭고기의 8.4배 수준이다.

지구는 유한하다. 육류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토양에서 사료용 곡물 생산을 감당하기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탄소배출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 지구가 더 이상 인류를 먹여살리기 힘든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뜻이다. 지속 가능한 육식을 위해서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저탄소 육식’ 실천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저탄소 육류 생산을 위한 저메탄 사료 개발이 시작되고 있지만 앞으로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가 더욱 늘어날 필요가 있다. 동물 세포를 배양하거나 식물성 재료로 고기와 유사하게 만든 대체육도 세계적으로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동물단백질은 훌륭한 영양공급원이고, 우리는 모든 음식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다만 우리 앞에 놓인 음식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먹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소비하는 것의 영향력을 인식하면 소비에 신중해진다. 먹거리 하나하나에 감사하게 되고 낭비하거나 버리지 않으며 결코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이것이 건강한 식생활의 출발점이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