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모·신사업 확장하는 인뱅…비개발직 수요↑
전통금융권 출신 인력 인기 예전만 못해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일주일에 열 명씩 입사 면접을 봅니다. 전통 금융권 출신의 비개발직군 면접자가 많은 편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의 전언이다. 올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거의 2400명이 짐을 싸는 가운데, 인터넷은행 채용시장은 반대로 활기를 띄는 모습이다. 올해 시중은행의 희망퇴직 대상자에는 1982년생(만 40세)까지 포함되고 퇴직금으로 받는 돈이 최대 5억원에 달한다. 퇴직한 인력의 향후 발길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 전통 금융사들의 직원들이 인터넷은행에 입사하기 위해 줄을 섰다는 전언도 나온다. 분위기가 보다 자유롭고, 향후 사업 확장 가능성이 큰 핀테크로의 이동을 선호하는 이들이 잇따르는 것이다. 하지만 비개발직군 인력을 지속적으로 채용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는 인터넷은행은 전통 금융권 출신의 인력들을 그대로 흡수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과거와 달리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판단이다.
비개발직 채용 절실해진 인터넷은행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은행들은 개발직뿐 아니라 비개발직에 대한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대출 수요가 높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자산관리 등 신사업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오는 31일까지 상시 채용을 위한 인재풀 등록을 진행 중이다. 이는 별도의 마감 일정이나 전형 일정 없이 1년 내내 상시 진행된 것으로 기술팀과 비기술팀을 모두 포함해 이력서를 받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10월부터 개발직 외 개인 신용대출상품 담당자, 전세대출상품 담당자를 채용 중이다. 은행을 창립한지 갓 1년이 지난 토스뱅크도 비개발 직군 인력이 상시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인터넷은행이 이같이 채용을 늘리는 데는 대출 규모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9조원 급감할 때 인터넷뱅크 대출은 오히려 6조원 늘었다. 그러다 보니 개발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던 인터넷은행 초기와 달리, 비개발자에 대한 필요도 높아지는 실정이다. 신사업 확장도 주요 이유로 꼽힌다.
각 사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경우 개발자와 비개발자의 비율이 4: 6을 유지하고 있고, 카카오뱅크도 5: 5 수준에 이르렀다. 가장 연력이 짧은 토스뱅크는 개발자 비율이 6, 그리고 비개발자 비율이 4로 여전히 개발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전통 금융권 출신은 안 반가워”
하지만 인터넷은행은 예전처럼 전통 금융권 출신의 인력을 환영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경우 설립된 지 6년이 돼가는 시점에서 은행 고유 영역에 대한 인력은 이미 어느정도 확충됐다는 판단이다. 전통 금융권 출신의 전문가보단 오히려 다른 플랫폼 인재들의 적극적인 입사 지원을 바라는 눈치다.
전통 금융권 출신 인사들의 몸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국내 시중은행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경우 희망퇴직 조건은 관리자, 책임자, 행원급에서 각 1974년, 1977년, 1980년 이전 출생자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일반 직원 중 1982년생 직원부터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됐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에서 일을 시작한 인력들보단 보다 새로운 인력을 많이 필요로하는 것 같다”며 “어지간한 기본 인력들은 다 갖춰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현재 가상자산이나 게임 등 더 새로운 분야와 접목시켜 다른 산업군과의 제휴를 희망하고 있다”며 “새로운 시도가 많이 필요한 시점에서 전통 은행에 있던 사람들의 경험이 필요하지는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