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수익률’ 은행권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반전 꾀해
관련 부문 투자 강화하고 나섰지만
저조한 수익률에 소비자들 의구심 ↑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수요는 미지수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도입으로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고객을 확보하려는 은행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가파른 성장세가 전망되는 퇴직연금이 은행권의 중요한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떠오른 영향이다. 다만, 최근의 퇴직연금 수익률 부진과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따라서 디폴트옵션 수요 확보에 난항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액의 규모는 약 296조원으로, 2020년 말(256조원)과 비교해 1년 만에 약 40조원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노후 대비 수요가 늘어나며, 2050년에 이르러서는 퇴직연금 규모가 약 2122조원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은행들은 미래 성장성이 큰 퇴직연금시장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한 자금인 만큼 은행권에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와 수익창출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산관리 등 비이자이익 분야를 확대하고자 하는 은행들의 방향성에도 부합한다는 매력이 있다.
특히 지난해 디폴트옵션이 본격 시행되며 은행권의 경쟁은 심화됐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형(DC)·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가 적립금 운용방법을 지시하지 않을 경우, 미리 정해둔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은행권에서는 그간 퇴직연금 수익률 부진 원인 중 하나로 디폴트옵션의 부재로 인한 고객들의 미진한 운용관리를 꼽아왔다. 예컨대 DC형은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하는 상품임에도 대다수가 이를 모르거나 관심을 두지 않아 전체 수익률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디폴트옵션 도입을 계기로 전체 수익률을 끌어올려 고객모집에 공을 들이겠다는 심산이다.
실제 은행들은 디폴트옵션 도입을 시작으로, 관련 부문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나섰다. KB국민은행은 디폴트옵션 관련 개정 사항을 반영한 디폴트옵션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으며, 기업고객을 위한 컨설팅 강화에 나섰다. 신한은행도 디폴트옵션 상품 승인일정에 맞춰 단말 시스템 개발을 마친 상태다. NH농협은행은 디폴트옵션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그러나 디폴트옵션 고객 확보에는 여전히 난항이 예상된다. 최근 은행권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부진을 겪고 있다. 수익률 저조의 원인으로 꼽히는 자산시장 침체 또한 여전한 상황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더욱 거세졌기 때문이다. 이에 당분간은 디폴트옵션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원리금비보장 DC형 수익률(직전 1년)은 마이너스(-)13.49%에서 -15.63% 수준으로 집계됐다. 개인형 IRP 또한 –12.93%에서 -15.36%를 기록하는 등 원금 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원리금보장상품도 1%대 수익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오는 4월에 수익률을 포함한 2023년 1분기 디폴트옵션 운용 성과를 공시할 예정이다. 이에 디폴트옵션 고객을 확보하고자 하는 은행들의 노력이 수익률로 증명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