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030 욕실 없는 집 찾는 문의 늘어
구축·욕실 없어 비교적 임대료 저렴
대중 목욕탕 인기 덩달아 상승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일본 도쿄의 한 건축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하는 27세 노구치 신씨는 지난해 1월 도쿄의 한 집으로 이사를 했다. 40년이 된 이 집은 다다미 2장 크기의 주방과 6장 크기의 방, 그리고 화장실로 이뤄져있다. 다소 번화가에 위치한 집임에도 임대료는 공과금을 포함해 4만엔 정도. 일본에서 ‘없어서는 안 될’ 공간으로 여겨지는 욕실이 없기 때문이다.
노구치 씨의 사례처럼 최근 일본에서는 욕실이 없는 집을 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대부분이 20대나 30대다. 욕실 없는 집들이 대부분 오래된 경우가 많은데다, 욕실까지 없으니 임대료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물건이나 인테리어를 최소화하려는 생활방식과도 꼭 맞다.
닛케이아시아는 최근 한 기사에서 이 같은 일본 부동산 트렌드를 소개하면서 “더 낮은 임대료 외에도 욕실이 없는 집은 많은 젊은이들의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최소화주의)’과 일치한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욕실이 없는 집을 주요 매물로 취급하는 부동산 사이트 ‘도쿄 센토 후도산’에는 도쿄 중심가에 욕실이 없는 방을 찾는 문의가 늘고 있다. 문의의 60% 이상이 남성이다. 사이트 관계자는 “욕실이 없는 방에 지내는 것은 주변 환경이 좋은 지역에서 저렴하게 지낼 수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방법 중 하나”라고 밝혔다.
욕실이 없는 방에 인기가 높아지다 보니 덩달아 목욕탕을 찾는 젊은이들의 발길도 늘고 있다. 대중목욕탕은 코로나19로 타인과의 교류가 단절된 가운데, 다시 이웃과 지역사회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일본 최대 부동산 정보 서비스 제공업체인 라이풀 홈즈의 나카야마 도시아키 주택조사 연구원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젊은들이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줄었고, 그러자 더 많은 젊은이들이 그 대신 대중 목욕탕을 찾고 있다”면서 “욕실 없는 방들이 주목받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욕실이 없는 주거용 부동산을 개발하는 센토 구라시의 가토 유이치 사장은 대중목욕탕을 집 밖에 있는 ‘욕실’로 봤을 때 마을 전체가 ‘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생활권’ 확장을 욕실없는 집의 장점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욕실이 없는 부동산의 매력은 마을 전체를 한 채의 집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생활이 마을로 확장돼 나와 지역사회를 연결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