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씩 오르던 전세보증잔액
2022년 11월 말 88.8조…전년비 주춤
임대차시장에도 전세수요 줄어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고금리에 대출규제, 월세전환 등으로 전세 수요가 줄면서 매년 10조원 이상 늘었던 주택금융공사의 전세보증잔액 상승세도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차주 보호를 위해 대출금리 인상폭 완화를 유도하고 있지만, 이미 가파르게 오른 금리로 당분간 전세 위축은 이어질 전망이다.
19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2022년 11월 말 기준 주금공 전세보증잔액(일반+집단전세 포함)은 88조8928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말보다 약 3조원 가량 느는데 그쳤다.
주금공 일반전세자금보증은 임차보증금 7억원(서울·경기·인천 외 소재 가구는 5억원)이고 본인과 배우자(배우자예정자 포함) 합산 주택보유수가 1주택 이내인 경우에 최대 4억원 한도로 4.36%~ 6.97%내의 금리를 제공한다. 집단전세자금 또한 임차보증금 요건은 같고, 임차보증금 5% 이상을 지급한 세대주가 보증을 받을 수 있다.
전세보증잔액은 ▷2018년 50조3622억원 ▷2019년 64조1749억원 ▷2020년 74조4650억원 ▷2021년 85조7191억원 등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그동안 연간 10조원 가까이 전세보증잔액이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들어 성장세가 대폭 꺾였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주금공의 전세보증잔액 증가세가 꺾인건 전세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지난해 임대차 시장에서는 급격한 금리 상승 여파로 전세 수요 상당수가 월세로 옮겨가는 모습을 보였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이를 내렸다고 해도 높은 전세대출 금리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대출의 경우 90% 안팎이 변동금리인 터라 금리 상승기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이밖의 요인으로는 최근 전셋값 하락이 이어진 것도 보증잔액 증가세를 완화하는데 역할을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지난해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급하게 떨어져 일부 지역은 전세가 유리해지는 모습이 나타날 수도 있어 전반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입주물량이 몰려있는 지역은 전세값이 더 빨리 떨어질 수 있어서 월세 전환이 빠르게 되다보니 작년과 유사한 패턴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이르렀다고는 하지만, 현 금리수준을 볼 때 당분간 이같은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금공 관계자는 “전세보증잔액은 전세를 살다가 주택을 구매하거나, 전세 만기로 이사가는 경우 누적잔액에서 제외되는 수치로 보면 된다”며 “전세보증잔액 증가폭이 둔화된건 금리인상에 따른 대출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주로 크다”고 설명했다.
금리 부담으로 인한 전세 수요가 줄면서 정부는 전세대출 차주들의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고정금리 전세대출 출시를 유도하면서 이번달부터 주요 은행들은 고정금리 전세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여기에 오는 3월부터는 주택금융공사가 무주택자 전세대출자금의 100%를 보증하는 상품을 내놓을 전망이다. 현재 주금공은 전세대출자금의 90%까지 보증하고 있는데, 이 비율을 100%로 높이겠다는 얘기다. 보증비율을 높일 경우 은행들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 차주에게 대출금리를 조정해줄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중도상환수수료도 면제해 만기 이전에도 상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한편 주금공은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이르면 내달 중 금융위 의결을 받고 최종적으로 보증 목표치를 확정한다. 2022년 전체 주금공 공급보증목표(전세자금보증 포함 전체 통합관리 수치)는 73조1000억원으로 같은 해 11월까지 67조1000억원이 공급됐다. 이 가운데 50조5000억원이 전세보증 공급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