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김기현 당대표 총선에 땡큐… “인지-대중성 낮아. 굳이 尹 고발 안해”
국민의힘, 이상민 탄핵 격앙 불구… 與 지지층 ‘김기현’에 표몰려 땡큐
[헤럴드경제=홍석희·김진 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사사건건 극한 대치다. 민주당은 사상 초유의 장관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고, 국민의힘은 연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방탄’을 노린다며 분개한다. 그러나 이 같은 대치는 양당의 지지층 결집엔 되레 도움이 된다. 여든 야든 극단의 주장이 두 정파의 존립 근거가 되고, 이는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극단의 대치 상황을 보다 자극적인 국면으로 이끈다는 분석이다.
▶민주, 尹 고발 ‘없던 일로’…왜?=민주당은 9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발 계획을 ‘없던 일’로 철회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윤석열 대통령의 영향력 행사가 과도하다면서 윤 대통령을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8일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 이 대표 등이 ‘대통령의 전대 개입은 헌법·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는 당 전략기획국의 보고를 받았다.
보고서에는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전대 개입이 지난 2018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했던 사안이 법원에서 유죄를 받은 것과 유사한 상황이란 구체적인 설명도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진다. 사실상 ‘판례 검토’까지 이뤄졌던 사안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을 고발할 경우 유죄 판결을 받아낼 수 있다는 것이 당 전략기획국의 설명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관련 보도 하루 뒤인 9일 오후 “윤 대통령을 정치 중립 의무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을 고발할 경우 민주당이 얻을 이해를 고려했을 때,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고 계산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엔 내년 국회의원 선거(총선)에서의 유불리 역시 포함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내 다수 의원의 말을 종합하면 일단 민주당은 국민의힘 전대 내홍과 관련, “김기현이 당선되면 총선에 유리하다”는 의견들이 많다. 근거로는 ▷김기현 의원은 영남(울산)이 근거지고 ▷인지도와 대중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며 이 때문에 총선 국면에서 ▷중도층이 다수인 수도권에서의 선거에 민주당이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한 수도권 민주당 중진 의원은 “김기현이 당선되면 수도권에선 우리가 유리하다는 의원들이 많다”고 말했고, 다른 의원은 “김기현이 당선되면 국민의힘 내 또 다른 내홍이 불가피하다. 검사 수십명이 공천받으려 대기한다는데, 낙천 인사들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내다봤다. 또 다른 의원은 “김기현은 ‘내가 대표’라고 할 것이고, 장제원은 ‘내가 대표를 만들었다’고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김기현 당대표’ 선출이 총선에 나쁘지 않다는 관측은 영향력 및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총선 국면에 진입하면 각 지역 후보는 당대표에게 ‘지지 연설’ 요청을 하게 되는데, 인지도와 대중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김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그 같은 효과를 지역에서 누리기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이었다. 박근혜 대표가 지역 방문만 했다하면 5%씩 후보 지지율이 올랐다. 민주당 후보들이 가장 부러워했던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우리가 굳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까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나. 국민의힘이 싸우면 우리는 가만히 있는 것이 최선의 대응이다. 사실상 김기현 의원이 당선되는 판인데 우리로선 굿보고 떡먹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민주당 다수 의원의 생각은 민주당이 굳이 국민의힘 당내 선거 개입을 문제 삼아 윤 대통령 고발을 하지 않게 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국힘, 野 탄핵·특검?…‘김기현 응원하나’=이와는 반대로 국민의힘 주류 측은 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것과 ‘김건희 특검’을 추진 중인 것에 대해 되레 반색한다. 이 장관 탄핵안 통과가 ‘거야(巨野) 폭주’ 현상이고, 정치 대립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비정상적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당장 눈앞의 현안 전당대회만 놓고 보면 ‘김기현 지지’로 표심이 집결될 가능성이 큰 사안이란 분석이다.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8일 통과되자 야권에선 ‘윤석열 탄핵’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CBS 라디오에서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다. 159명의 국민 생명이 정부의 잘못으로 하늘나라로 갔는데 그 이상 더 큰 법적 책임이 어디 있느냐"라고 지적하며 "사실상 대통령을 탄핵해야지만 대통령은 헌법적으로 보장돼 있기 때문에 관리 책임자인 행안부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여세를 몰아 김건희 특검까지 몰아붙일 계획이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마련됐다. 지난 8일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 가결 찬성표는 179표에 달했다. 이 결과 덕분에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안을 ‘본회의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데 필요한 180석 찬성표를 모으는 것 역시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란 계산이 섰다. ‘법사위 트랙’ 대신 ‘본회의 패스트트랙’을 김건희 특검 통과 대안으로 잡은 셈이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을 넘어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는 것 역시 전대 측면에선 의원·당원 등 당내 주류의 지지를 받는 김 의원에겐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야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는 것 역시 전통적인 국민의힘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되고, 이들을 투표장에 나가게 하는 동력원으로 의미가 있다는 관측이다.
김기현 측 관계자는 “민주당이 김기현 당선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 아니냐. 야당이 이상민 장관을 탄핵했고, 김건희 여사 특검까지 추진하면 당원들 입장에선 자신들이 공격받는 것으로 느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