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의 주택 시장
1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1220건
거래량 증가 속 집주인들 호가 높여
막상 수요자들은 알짜 급매만 찾아
전문가 “가격 접점 찾아가는 단계”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서울 부동산 시장에 호재가 겹치며 급매물이 상당량 소화되고 있지만, 아직은 집주인의 ‘호가 올리기’가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여전히 매수자가 유리한 시장 상황에서 추격 매수가 좀처럼 붙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 접점을 찾는 눈치 싸움이 이어지며, 당장 시장 해빙과 집값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220건으로 지난해 6월(1067건) 이후 7개월 만에 1000건을 넘어섰다.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만큼 최종 거래량은 더 늘 수 있다. 이 같은 거래량 증가는 정부의 1·3 부동산 대책 등에 힘입어 급매 위주 거래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추진, 특례보금자리론 효과 등이 거래량 증가를 추가 견인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에 시장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며 호가를 높이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무지개5단지 청구’는 현재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된 전용 58㎡ 물건의 최저 가격은 6억8000만원이다. 대부분 물건은 7억원대에 나왔고 최고 호가는 8억2000만원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전용 58㎡가 6건이나 거래됐다. 그러나 6건 모두 지난 2021년 10월 기록한 최고가 9억500만원(6층)에서 약 3억원씩 빠진 6억원 초반대에 팔렸다. 급매물이 어느 정도 거래되자 호가가 슬금슬금 오른 것이다. 구미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직전에 팔린 물건은 세금 문제로 저렴하게 거래됐고, 앞으로는 집주인들이 그 정도로 저렴하게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2020년 입주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센트럴자이’도 올해 들어서만 전용 59㎡가 9억원대에 3건의 매매 거래가 이뤄졌다. 재작년 9월 기록한 최고 가격 13억7000만원(25층)에서 약 4억원 빠진 수준이다.
급매가 해소되자 10억원대 이상 매물만 남았다. 센트럴자이 인근의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 B씨는 “지난달까지는 9억원대에도 거래가 됐지만 이제는 기본 10억원에서 11억원은 달라고들 한다”며 “이전 수준 급매물이 나올지 장담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서울시 성북구 장위동 ‘꿈의숲코오롱하늘채’ 인근 D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해당 단지에 대한 문의가 있어 가격 협의를 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며 “사려는 사람들은 (전용 84㎡ 가격이) 8억 후반대가 괜찮다고 보는데, 매도인들은 ‘안 된다, 더 달라’며 강경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현장에서는 부동산을 찾는 손님의 관심은 알짜 급매물에 한정됐다는 반응도 나온다. 서울 도봉구 창동 주공아파트의 인근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 C씨는 “전용 49㎡ 초급매물이 전용 41㎡ 급매 물건과 얼마 차이 나지 않는 5억8000만원에 나왔다”며 “더 작은 평형과 가격 차이가 얼마 안 나다 보니, 지난 주말 이 물건만 보러 7팀이 왔다. 문의가 급매에만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강북의 한 구축단지 내에서 더 큰 평수로 '갈아타기'를 준비 중인 직장인 박모씨도 "가격이 어디까지 떨어질지도 모르는데 가격이 많이 빠진 물건이 아니면 아예 둘러보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매수 심리가 소폭 살아났더라도, 수요자들이 호가를 받아줘 집값이 오르는 것은 먼 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아파트 변동률은 -1.78%로 전달(-2.96%) 대비 낙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하락세였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특정 단지, 특정 동에서 급매물이 팔렸다고 시장 전반에서 추격 매수가 일어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지금 시장은 매수자와 매도자가 가격 접점을 찾아가는 단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과정에서 마음이 급한 매도자는 빨리 팔려고 하고, 덜 급한 매수자는 가격 협상력을 높이려 할 텐데 합의점을 찾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