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경쟁률 711대 1 ‘더샵파크프레스티지’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보류지 관심은 ‘시들’
1차 입찰 유찰…1억 이상 낮춰 2차 진행
전문가 “가격 경쟁력↓…현금 조달 한계”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집값 상승기에는 숨겨진 알짜로 통하던 아파트 보류지가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주택 수요자들로부터 외면 받는 양상이다. 청약 당시 최고 경쟁률이 700대 1을 넘어가던 신길뉴타운 아파트 보류지도 한 차례 유찰돼 몸값을 낮추는가하면 강남 재건축 아파트 보류지 또한 유찰을 거듭하며 5차례 매각공고를 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아파트 보류지의 인기도 하락 원인으로 시세보다 높은 입찰가격과 자금조달 한계를 꼽는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신길3재정비촉진구역(더샵파크프레스티지)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지난 6일 2차 보류지 매각에 나섰다. 지난 1월 아파트 보류지 두 가구에 대한 입찰 공고를 냈지만 유찰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1차 매각공고 당시 최저입찰가를 전용 59㎡(13층)은 13억원, 전용 84㎡(19층)는 16억원으로 내놨던 조합은 각각 1억3000만원, 1억6000만원 내린 11억7000만원, 14억4000만원으로 2차 매각공고를 냈다.
작년 7월 입주한 더샵파크프레스티지는 지난 2019년 1순위 청약에서 187가구 모집에 2만1367명이 몰려 관심이 쏠렸던 단지다. 당시 평균 경쟁률 약 114대 1, 최고 경쟁률 약 711대 1을 기록했다. 그러나 고금리발 부동산 침체로 인한 집값 하락세에 최저입찰가가 시세보다 몇 억씩 웃돌면서 보류지에 대한 관심은 낮아진 모습이다.
더샵파크프레스티지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시세를 고려하면 2차 입찰가도 많이 높다”며 “더샵파크프레스티지보다 입지가 좋다고 평가받는 인근 단지 전용 84㎡ 급매가 최근 12억원에 팔렸다. 더샵파크프레스티지도 일반 매물 전용 84㎡가 12억5000만원에 나와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길3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조합 측은 2차 입찰이 유찰돼도 가격을 더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1차에서 이미 가격을 내려서 올린 상황이라 현재로써는 더 낮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류지는 조합이 조합원 물량 누락, 사업비 충당 등의 상황에 대비해 일반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물량이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아파트 보류지가 청약통장 사용 없이 신축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고, 낙찰을 통해 시세차익을 낼 수 있어 인기가 많지만 지금과 같은 침체기에는 할인 매각을 시도해도 유찰이 거듭되는 실정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르엘’ 보류지도 작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다섯차례 매각공고를 냈다. 지난달 말 올라온 5차 매각공고 최저입찰가는 전용 59㎡가 19억2600만원, 전용 77㎡가 23억7600만원이었는데 1차 최저입찰가와 비교하면 각각 4억2800만원, 5억2800만원 내린 가격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이 같은 보류지 유찰에 대해 “보류지 인기가 떨어지는 주요한 원인은 비싸게 판다는 것”이라며 “조합 입장에서는 청산을 위해선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 없는 것도 있지만 시세보다 싸게 내놓으면 팔릴 수밖에 없다. 신축이라고 하더라도 급매로 나오는 매물들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감안하면 수요자들이 보류지를 낙찰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보류지 낙찰을 위해선 잔금 납부 기간이 짧아 단기간의 현금 조달이 필요한 만큼 여윳돈이 넉넉하지 않은 이상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신규 분양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중도금 대출 등을 통해 몇 년에 걸쳐 자금을 분할해서 내는 것이지만 보류지는 잔금 납부 기간이 굉장히 짧아 현금으로 한 두 달 내에 해결해야 한다”며 “현재 수요자들이 눈여겨보는 건 가격조정을 강하게 받은 급매물들인데 시장 경쟁력 차원에서 보류지를 볼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