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0.81% 상승 반전
거래량 2000건 넘으면서 회복세 ‘뚜렷’
주택 매매심리지수, ‘하락’→‘보합’ 전환
역전세난, 경기침체로 ‘추가 하락’ 전망 많지만,
“국지적 상승세, 바닥은 지났다” 의견도 늘어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 이달 10일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동 ‘텐즈힐2’ 157㎡(이하 전용면적)가 20억원(9층)에 계약됐다. 지난해 한 건의 거래도 없다가 올 2월(19억원·13층)에 이어 연속으로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이달 4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84㎡가 19억7000만원(23층)에 거래됐다. 2021년 9월 24억5000만원(18층)까지 뛰었던 이 아파트 실거래가는 지난해 하반기 18억원대로 잇따라 계약되면서 하락하는 듯 했으나, 올 들어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 주택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하반기 하락폭이 커지면서 올해도 침체가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으나 1월부터 반등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거래량이 늘면서 급매물이 소진되자 집값이 오르는 지역도 나타나고 있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달 대비 0.81% 상승해 12월(-3.51%)까지 6개월 연속 하락하던 흐름에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서울에서도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속한 동북권이 1.69%나 뛰었고, 마포·은평구가 있는 서북권(1.61%), 강남3구가 있는 동남권(1.15%) 등이 상승세로 바뀌었다. 종로·용산구 등이 있는 도심권(-1.34%), 영등포·양천·강서·구로구 등이 있는 서남권(-0.20%)은 여전히 하락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지난해 말과는 크게 달라졌다.
이런 추세는 2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잠정치는 1.55%로 상승폭이 더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1월까지 하락한 서남권은 2월엔 1.33% 반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부동산원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된 모든 아파트 실거래를 ‘계약일’ 기준으로 집계해 작성한다. 계약 이후 30일 이내 신고해야 하므로 2월 실거래 변동률은 아직 신고하지 않은 건이 있어 잠정치로 발표한다.
서울 아파트 시장이 반등하는 건 올해 1월부터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역이 규제지역에서 풀리고, 각종 규제완화가 시행된 효과로 급매 거래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417건으로 작년 6월(1066건) 이후 처음으로 월 거래량이 1000건을 넘었다. 2월 계약 건은 이달 16일 기준으로 이미 2223건이나 신고됐다. 신고기한이 끝나는 3월말까지 집계하면 4000건 돌파도 가능한 추세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전월보다 92%나 늘어났다”며 “동북권과 동남권은 100% 이상으로 거래가 급증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매수심리도 크게 회복됐다. 국토연구원이 내놓은 2월 서울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5.2로 전달(93.8)보다 11.4포인트나 뛰면서 100 위로 올라섰다. 이 지수는 0~200 범위에서 100보다 높으면 전월에 비해 ‘가격 상승’과 ‘거래 증가’를 전망하는 사람이 ‘가격 하락’과 ‘거래 감소’를 전망한 응답자 보다 많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같은 서울 주택시장의 반등 추세에 대해 대해 전문가들은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이미 바닥을 찍었고 더 이상 떨어지긴 어렵다는 관측과 국지적으로 반등하는 곳이 있을 수 있지만 추가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란 의견이 맞선다.
이재국 책사컨설팅 부동산연구소장은 “IMF 외환위기 때나 1997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시장에서 바닥이란 인식이 확산된 게 집값이 30~40% 떨어진 때”라면서 “서울은 단지별로 이미 최고가 대비 30% 정도 떨어진 곳이 많은데 그런 곳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늘면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브이(V)자 급반등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지만, 전반적으론 소폭 오르고 내리는 보합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낙폭이 컸던 지역의 신축 대단지에서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반등하는 곳이 나타나고 있지만 전반적인 시장 상황으로 보긴 어렵다”면서 “역전세난, 경기침체,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고금리 유지, 소득대비 여전히 비싼 집값 등의 이유로 추가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