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속출에 ‘떴다방’ 등장…시장 혼란

대구 올해 공급 3만6000여가구

미분양 사태로 마피거래는 여전

“4억 다운계약 써도 아무도 몰라요”…‘마피’ 속출에 대구는 무법지대 [부동산360]
대구 신천대로 동신교진출램프와 청구네거리 사이 아파트 밀집지역. [헤럴드DB]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올해 3만6000여가구에 달하는 입주폭탄이 예고된 대구광역시 부동산 시장이 ‘손피’ 와 ‘다운계약서’ 등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집값 하락이 대규모 공급과 겹치며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위 ‘떴다방’ 등이 비정상 거래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구 분양단지 중 유일하게 억대 프리미엄이 유지됐던 중구 남성동 청라힐스자이가 지난달 말 입주 개시 이후 이달에만 거래 취소가 7건이나 신고됐다. 특히 이 가운데는 고가 대비 반 토막이 난 4억대 하락 거래도 포함됐다.

이 단지는 총 947가구 대단지 아파트로, 2020년 2월 분양이 이뤄졌을 당시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로 5만여개 청약통장이 몰린 바 있다. 평균 경쟁률 또한 141대 1을 기록했다.

이 같은 하락과 연이은 거래 취소에 대해 인근 중개업소들은 ‘비정상’ 불법 거래라 설명한다.

중개업계에 따르면 해당 거래들은 ‘손피’가 포함된 다운계약이 대부분이다. 손피란 분양권 거래에서 나오는 용어로, 세금이나 각종 비용을 제외하고 매도자가 손에 쥐는 프리미엄을 뜻한다. 손피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손피를 높이기 위해 실제 거래보다 낮은 거래금액으로 신고를 하면 다운계약이 된다. 다운계약이 적발될 경우 매수자와 매도자 그리고 중개인 모두 처벌받는다.

부동산시장 침체기를 틈타 대구 지역에 떴다방(이동식 불법 공인중개사무소) 등이 출몰했고, 매매 과정에서 ‘손피’를 앞세워 다운계약이 진행돼 실제 거래보다 대폭 낮은 금액 거래들이 신고됐다는 게 인근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현상은 최근 대구 주택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보이며 하락 거래가 자연스러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거래가가 대폭 하락하면 다운계약이 의심되지만 대구 지역의 경우 전국적으로 미분양 문제가 부각되고 있어 이 같은 이상 거래를 감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대구 시내 공인중개사는 “아직은 1억원 이상 프리미엄이 붙는 단지인데 실거래에는 안 나타난다”면서 “손피를 동반한 다운계약이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실수요자와 정상 금액에 매도를 원하는 사람, 중개업자 모두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인근 중개사도 “발코니 확장이나 에어컨 설치 등 필수 옵션을 포함하면 실거래 신고된 금액으로 거래되는 물건은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거래 취소 일부는 손피 다운계약을 뒤늦게 우려한 매매 당사자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다수의 다운계약을 낳을 만큼 대구 주택시장은 분양권 마이너스 프리미엄 거래(분양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거래)가 빈번한 상황이다.

일례로 6월 입주가 예정된 대구 중구 달성파크 푸르지오 힐스테이트는 이달 들어 이뤄진 중개거래 6건 모두 마이너스 프리미엄 거래로 조사됐다. 이 단지는 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가 4억7800만~5억1700만원이었는데 이달 거래는 4억4195만~5억233만원으로 형성됐다. 지난달 역시 중개거래 10건 중 9건이 마이너스 프리미엄 거래로 신고됐다.

이에 따라 추가 하락 우려도 가중된다. 미분양물량이 1만3565가구로 가장 많은 대구는 시 차원에서 신규 주택 건설사업 승인을 중단했지만 아직 남아 있는 입주분이 상당하다. 이달에는 4085가구, 다음달은 2000년 조사 이래 4월 중 최다 물량인 3498가구 입주가 예고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