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쏟아진 폭우로 올해도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7일 현재(오전 6시 기준) 39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됐다. 최대 인명 피해가 발생한 충북 청주 오송 궁평지하차도 침수 현장에서는 밤사이 3구의 시신이 더 수습돼 누적 사망자가 벌써 12명에 이른다는 소식도 추가돼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기후변화로 예상을 뛰어넘는 집중호우가 연례화된 지도 이미 몇 해가 지났다. 그런데도 유사한 피해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나토 정상회의 등 해외 순방을 마치고 이날 돌아온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정책 모두 동원하라”고 지시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일 뿐이다. 그전에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국민 모두의 안전의식이 흐트러진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송 궁평지하차도 참사는 안전불감증이 낳은 인재의 전형이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사고 4시간30분 전에 금강홍수통제소는 200m 떨어진 미호강에 대한 홍수경보를 내렸지만 차량통제 등 최소한의 안전조치조차 하지 않았다. 통상 지하공간은 주변보다 지대가 낮아 침수가 빠르게 진행되고 특히 인명 피해가 크다. 2020년 부산시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가 폭우로 침수되면서 3명이 목숨을 잃은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난해에는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물이 차 7명이 숨졌다. 반지하주택 침수로 인한 인명 피해도 그동안 적지 않았다. 하지만 똑같은 참사가 또 빚어졌다.

더 참담하고 안타까운 것은 비극을 막을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는 점이다. 사고 2시간 전에는 홍수통제소에서 해당 지자체에 유선으로 대피와 통제 필요성을 알렸지만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또 1시간 전에는 인근 궁평1리 주민이 “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며 119에 신고했고, 119는 이를 시청에 알렸다고 한다. 하지만 시청도, 구청도 지하차도 통제는 하지 않았다. 해당 구청은 “물이 순식간에 쏟아져 통제가 어려웠다”고 하지만 핑계일 뿐이다. 불과 2분여 사이에 물이 차오른 건 맞지만 4시간이 넘는 경고의 시간을 흘려보낸 것은 반드시 그 지휘 계통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기상청은 최근 ‘극한 호우’ 긴급문자를 도입했다. 그만큼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가 대형화하고 그 피해도 커지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물론 자연재해를 인력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더라도 예고된 재해는 철저히 대비하면 피해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특히 반복되는 인재성 피해는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