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986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최저임금(9620원)보다 240원(2.5%) 인상된 금액이다. 내년 최저임금을 월급(월 209시간 근무 기준)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이다. 최근 5년간 인상률이 40%를 넘는 점을 고려하면 여기서 추가로 2.5% 더 오르는 것만으로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은 사안의 만감성으로 해마다 진통을 겪었지만 올해는 유독 극심했다. 근로자위원 9명 중 1명이 경찰 고공 농성 진압에 맞서다 구속되면서 최저임금 시작 전부터 강대강 국면이 조성됐고 결국 110일이라는 역대 최장 기간 끝에 고단한 싸움을 종결했다. ‘1만2210원 대(對) 동결’로 맞서던 노사 간 격차가 1만원 미만으로 좁혀져 그나마 다행이다. 이마저도 합의된 결과가 아니라 최저임금위 투표에 부쳐진 결과여서 내내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최저임금을 바라보는 국민은 소금장수와 우산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의 심정이다. 밥상물가가 두자릿수나 뛰었는데 작년의 절반 수준인 2.5% 인상은 너무 야박한 것 아니냐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항변을 모른 체하기 어렵다. 반면 지난 3년간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면서 겨우 연명해왔는데 또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우리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처사라는 자영업·소상공인들의 주장도 뿌리치기 어렵다.

그러나 정책적 선택은 사회적 약자를 우선순위에 둘 수밖에 없다. 저임 근로자를 위한다는 최저임금이 되레 저임 근로자의 일자리를 뺏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내년 최저임금이 1만원 미만이라지만 주휴수당까지 고려하면 이미 1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5대 사회보험과 퇴직급여까지 고려하면 사업주 대부분은 최저임금의 약 140%에 달하는 인건비를 부담해야 한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이 너무 높다는 것은 최저임금 미만의 시간당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300만명 내외라는 것에서 확인된다. 시급이 1만원이 되면 일자리가 최대 6만9000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통계도 있다. 이는 최근 5년간(2018~2022년)의 평균 신규 일자리 수인 31만4000개의 8.9∼22.0%에 해당한다. 높아진 인건비 부담에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무인단말기로 대체하는 등 ‘나 홀로 사장’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저임 근로자와 소상공인의 고통을 덜어주려면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업종마다 지급능력과 생산성에 차이가 있는데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다. 취약계층의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정책이 되레 발목을 잡는 일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