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조선업계가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국내 조선기자재기업도 일감을 두둑이 채우며 낙수효과를 누리고 있다. 고객사인 조선사들의 견조한 수주 모멘텀이 조선기자재 업체에도 직접적인 수혜로 이어지면서 장기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의 합산 수주잔고는 이달 기준 총 742척, 3988만CGT(표준선 환산톤수)로 최근 5년새 가장 많은 수준이다. 1930만CGT로 저점을 기록한 2020년 10월과 비교하면 106.6% 늘어난 수치로 조선사들이 그만큼 많은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는 2021년부터 이어진 릴레이 수주로 2026년까지 일감을 확보했고 2027년 도크도 상당 부분 채운 상황이다.

업계는 조선사의 수주잔고가 곧 기자재업체의 수주잔고로 이어진다고 풀이한다. 주요 기자재의 경우 한두 개 업체가 사실상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어 시차를 두고 후방기업의 실적으로 잡힌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조선사의 주력 선종인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수요가 급등하면서 LNG선 화물탱크 보냉재 등 관련 기자재 기업의 수주잔고는 빠르게 늘고 있다. LNG 보냉재는 LNG를 액체 상태로 유지·보관하는 데 쓰이는 필수소재다.

“조선업 뜨니 우리도 잘 나가요” 수년치 일감에 실적도 사상 최대 [비즈360]
초저온 보냉재 [동성화인텍 제공]

실제 보냉재 전문기업인 동성화인텍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1조1000억원 이상의 LNG 보냉재 계약을 따냈다. 이는 2021년 8600여억원을 넘어서는 사상 최대치로 수주잔고 역시 역대 최대인 2조3000억원을 돌파했다.

경쟁사인 한국카본도 지난달 5162억원 규모의 보냉재 계약을 따내며 올해 누적 수주액 7000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수주잔고도 2조2000억원 수준이다. 이들 기업의 연 매출이 3000억~4000억원 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5년치 일감을 확보한 셈이다.

조선사들의 조업에 탄력이 붙으면서 선박용 핵심 기자재를 생산하는 기업의 매출은 이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동성화인텍과 한국카본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을 보면 각각 123억원, 1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9%, 71.7% 늘어났다.

선박 내 배관을 잇는 피팅(관이음쇠)를 제작하는 태광과 성광벤드의 최근 실적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올해 1~6월 태광의 영업이익은 38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5.7% 증가했고 성광벤드의 경우 같은 기간 118억원에서 283억원으로 140.6% 뛰었다.

주로 선실 등을 제작하는 세진중공업도 올해 상반기 14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97.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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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팅(관이음쇠) [태광 제공]

주요 조선기자재 업체가 충분한 일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실적 성장세도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수주잔고가 시차를 두고 매출로 인식되는 기자재업 특성상 해를 거듭할수록 매출이 증가하는 흐름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수주 확대와 함께 그동안 쌓아놓은 수주잔고도 본격적으로 매출로 인식되기 시작할 것”며 “향후 3~4년간 수익성 개선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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